국내 대표 편의점들이 올해 출시할 신상품의 키워드로 일제히 가성비를 내세웠다.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찾으려는 고객들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편의점을 넘어 올리브영, 다이소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고객층 확보하기 위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안 그래도 싼데 더 싸게...
18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CU편의점)과 GS리테일(GS25)이 이날 각각 서울 역삼동, 양재동에서 올해 출시 예정인 신상품을 편의점주에게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편의점 업계의 양대산맥인 GS25와 CU는 올해 초저가 신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GS25는 고물가에 매출이 크게 성장한 냉동간편식을 확대해 2000원대 1인용 냉동 피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1000원대 ‘바삭김밥’을 출시하고 3000원대 ‘혜자로운 도시락’ 라인업도 확대한다. 초저가 PB브랜드인 ‘리얼 프라이스’의 신상품 출시도 줄줄이 앞두고 있다. GS25 관계자는 “고물가로 편의점에서 든든히 아침을 챙겨 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가격을 낮추는 것에 주력하기 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만족스러운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CU는 올해 990원 핫바를 비롯해 자체 브랜드(PB)인 ‘득템’ 시리즈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 CU에서 판매한 핫바 가격은 2500원이었다. 초저가 제품을 추가 출시해 가격과 양 때문에 기존 핫바 제품을 구매를 꺼렸던 고객을 신규로 잡겠다는 전략이다. 즉석조리 신제품으로는 3900원(소컵), 9900원(바스켓)에 판매하는 닭강정도 선보인다.
편의점에 이런 제품까지...
초저가 상품 출시와 함께 CU는 건기식 라인업을 확대한다. 과거 술자리 전후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면, 지난해부터 식사대용 건기식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웰빙 트랜드에 따른 전략이다. 실제 CU에 따르면, 식사대용식이 단일 제품으로 월 매출 1억 원을 찍기도 했다. 이에 올해 단백질 함량 높은 식사대용식을 신규 출시하는 데 이어 혈당관리, 소화효소, 구강건강 등으로 건기식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어린이용 건강식을 추가 출시한다. 서울 성내둔촌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도 “엄마들이 자녀를 위해 건강한 과자를 사려고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GS25는 신선식품의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편의점에서 소포장 신선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GS25는 두부, 훈제 닭다리, 계란, 콩나물 등 각 카테고리별 1위 상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콜드체인 기술을 활용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오프라인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특성을 살려 ‘내식’(집에서 먹는 식사)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도 내놨다. GS25 관계자는 “슈퍼마켓의 신선식품 운영 노하우를 편의점에 접목해 신선식품 차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1~2인 가구를 위한 장보기 솔루션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편의점 업계가 올해 이같이 고물가를 염두해 관련 상품 확대에 주력하는 것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 한파가 심해지는 가운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이 헬스·뷰티뿐만 아니라 먹거리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초저가 제품들을 내세워 인기가 높은 다이소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편의점 업계로서는 올해 수익성 확보가 과제일 수밖에 없다.
GS25 편의점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정춘호 부사장은 이날 현장에 참석해 “올해는 시장점유율 경쟁보다 점포당 수익성 상승 극대화를 목표로 도시락 등 간편 식품과 신선 식품 강화, O4O 전략 확대에 투자하려고 한다”면서 “출시 예정인 신상품 중에서는 1~2인 가구에 맞는 상품인 도시락과 신선 상품 쪽 먹거리가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기존 경쟁사가 다른 편의점이었다면 이제는 올리브영, 다이소와 고객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며 “편의점들이 각종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갓챠(뽑기) 머신까지 선보이는 것도 2030 여성 등 고객층을 더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