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원화 가치 하락) 국내 은행들이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챙긴 연간 환변동보험 이익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수출기업들에 유리한 ‘옵션형 환변동보험’ 상품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험료율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이 기업들에게 환수한 환변동보험 이익금은 477억 원으로 전년 274억 원 대비 1.7배 급증했다. 환변동보험은 주로 수출기업들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액만큼 보전을 받을 수 있지만 환율이 상승하면 그 이익분을 반납해야 한다. 반납된 이익금은 무보를 거쳐 은행으로 가기 때문에 환율 상승 폭이 커질수록 은행 수익이 늘어난다. 이런 방식으로 최근 4년간 은행들이 챙긴 이익금은 1300억 원을 웃돌았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환율이 달러당 1450원을 넘겼던 지난해 4분기에 수출기업들이 토해낸 이익금은 170억 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138% 늘어난 규모다. 반면 무보가 수출기업들에 지급한 보험금은 2023년 139억 원에서 지난해 42억 원으로 급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헤지가 보험의 존재 이유인데 보험료에 더해 환차익까지 회수해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이중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환율이 상승해도 이익분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옵션형 환변동보험 가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비상수출종합대책에서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수입기업도 옵션형 환변동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역 업계에서는 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옵션형 환변동보험의 보험료율이 일반 상품보다 2%포인트가량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옵션형 상품 가입 건수는 전체 환변동보험 가입 건수의 8%에 불과한 356건에 그쳤다. 나머지 4000여 개 수출기업들은 모두 이익금을 상환했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수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 데다 올해 실적 축소가 우려돼 지자체 내 수출기업들은 한시적으로라도 옵션형 환변동보험 보험료율을 인하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이익금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 있지만 보험료율이 너무 비싸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무보가 보다 적절한 상품을 만들어 중소·중견기업들의 선택지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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