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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옷 사는 사람 없다더니…피팅룸 없이도 300명 '오픈런'

◇무신사 아울렛 인 성수 가보니

‘비싸도 7만원’ 균일가 할인에

2030·외국인 소비자 북새통

소비 부진 가운데 ‘행사 특수’

재고 소진하고 마케팅도 효과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무신사 아울렛 인 성수’ 팝업스토어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황동건 기자




22일 서울 성수동. 정오께 팝업스토어 ‘무신사 아울렛 인 성수’가 열리기 직전 300여 명에 이르는 소비자들이 대기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첫번째로 입장한 고객이 두 시간 먼저인 오전 10시 경 도착했을 정도다. 이날 내도록 100명 단위 대기줄이 형성됐다. 매장은 내부 200명만 입장이 가능하게 제약을 뒀다. 한 명이 구매를 마치고 나가야 다음 사람이 들어오는 구조다.

이번 팝업은 무신사가 이달 24일부터 12월 4일까지 준비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오프라인에서 먼저 시작하면서 열렸다. 이날 매대에는 상품의 브랜드가 표기되지 않았다. 옷을 시착해 볼 피팅룸도 없는 ‘창고형 아울렛’ 행사로 꾸려졌다. 오직 1만원(반팔·반바지)부터 7만원(롱패딩·코트)까지 균일가로 저렴하게 책정된 가격이 메리트로 작용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상품들의 평균 할인율은 약 75%에 달했다.

방문객들이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고 있다. 황동건 기자


이 때문에 약 90평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좋은 물건을 고르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젊은 소비자들 뿐 아니라 외국인까지 몰려 장바구니에 물건을 쓸어담았다. 포장이나 박스가 훼손됐지만 품질엔 이상이 없는 ‘리패키지’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패딩·코트·니트 같은 겨울 의류가 가장 먼저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고 전했다.

연말 할인 행사의 이 같은 인기는 불황형 소비 현상의 하나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패션업계 판매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반면 저렴한 가격을 내건 이벤트는 유독 각광받는 추세다. 경쟁 플랫폼들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통해 연말 행사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실제 W컨셉은 이달 20일까지 열흘 간 열었던 ‘더블유위크’에서 작년 같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대비 85% 오른 매출을 거뒀다. 이는 올해 3분기 온라인 상에서 화장품을 제외한 패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는 통계청 집계 결과와 대비되는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황동건 기자


‘엘무드’나 ‘코드그라피’ 같은 무신사 입점 브랜드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그간 판매가 부진했던 의류 재고품을 해소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판매처가 온라인에 제한됐던 다른 브랜드들에게는 소비자와 오프라인에서의 접점을 늘릴 기회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위해 28개 브랜드 1만5000여 개 상품 전부를 매입했다”면서 “팝업이 종료돼도 자사가 재고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무신사는 현재 본사가 위치한 성수동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판매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대림창고나 인근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까지 포함해 성수동에서만 3곳을 골라 연말 대규모 행사에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설 매장도 빠른 속도로 늘리는 중이다. 현재 무신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수는 총 22개로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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