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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배달 치킨값 인상될 듯…이중가격제 추진

수수료 낮춘 대신 배달료 인상

추가비용이 매출의 30% 달해

"포장가격보다 10%는 올려야"

일반 식당서도 보편화 가능성

이달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 관계자들이 상생협의체 결정을 규탄하고 합의안 폐기와 재협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과 매장 판매 가격을 달리하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이원화가 이뤄질 경우 2만 5000원보다 싼 배달 치킨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측은 내년 1월 치킨부터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기로 내부 의사를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프랜차이즈협회 고위 관계자는 “일단 치킨부터 먼저 실시하려고 한다”며 “상생협의체에서 우리가 요구했던 내용들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협회 측은 업체별로 치킨 가격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배달 가격을 통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중가격제 도입만 협회 차원에서 도입을 확정하고 배달비를 더한 가격은 업체가 알아서 하는 형태다. 협회 관계자는 “각 사마다 가격 정책이 다 있기 때문에 이중가격제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는 저희가 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중가격제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배달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치킨 한 마리에 2만 5000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다. 상생협의체에 따르면 매출 상위 35% 업체의 경우 배달료가 500원 오르게 되면서 음식 단가가 2만 5000원 이하이면 되레 입점 업체와 업주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를 고려하면 최저 마지노선이 2만 5000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협회는 매출에서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을 대상으로 우선 이중가격제를 실시하고 점차 다른 메뉴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맥도날드와 버거킹·KFC·파파이스 등 햄버거 업체와 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 등이 대표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내년 초부터 배달 앱 상생협의체 상생안이 적용될 경우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업체의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생안은 매출액 상위 35% 업체에 대해 수수료율 7.8%와 함께 배달비 2400~3400원(500원 인상) 적용을 결정했는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상당수가 이 구간에 포함돼 있다.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올린 ‘반쪽짜리 상생안’에 대한 반발은 치킨 입점 업주를 시작으로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셈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매출 상위 35%에는 BHC·BBQ·교촌과 같은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가 포함돼 있다. 치킨 배달량이 많은 자영업자와 입점 업체가 다수여서 상생협의체에 대한 반발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매출 상위 35% 구간에 대해 현행 최고 수수료율 9.8%를 2%포인트 인하하면서도 배달비를 500원 올리면서 입점 업체 입장에서 현행보다 상생안이 더 손해인 구조가 만들졌기 때문이다. 이달 14일 상생안이 나온 직후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 업주들은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이용료율이 1%포인트 올라가고 고정적인 배달비는 무려 500원 상승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상생협의체에 꾸준히 참석했던 김진우 가맹점주협의회 의장도 “치킨 2만 원어치를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면서 “기존의 수수료율(6.8%)도 높아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공익위원의 중재 원칙에도 어긋나는 배민 안을 받으면 안 되고 결렬시켜야 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상생협의체 합의가 매출 상위 구간에 대해서 부담이 오히려 증가하는 방향으로 끝이 나면서 반쪽 합의 파장이 결과적으로 이중가격제 확산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미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프랜차이즈 사업장과 일반 식당에서도 이중가격제 운영이 확산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배민의 기습 수수료 인상 발표 후인 9월 24일부터 오프라인 매장과 배달 서비스 가격을 분리하고 있다. 가령 롯데리아 인기 메뉴인 ‘리아 불고기’의 경우 매장에서 세트로 주문하면 7100원이지만 배달로 주문하면 18.3% 비싼 84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배달 주문 시 발생하는 배달 수수료와 중개료, 배달비 등 추가 비용이 매출의 30%에 달하는 구조기 때문에 배달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내년 1월부터 치킨 배달 가격이 올라갈 경우 다른 메뉴로도 이중가격제가 확산돼 사실상 이중가격제가 전 메뉴로 보편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배달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배달 앱 메뉴 가격을 매장 판매 가격보다 10~20% 더 올려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업주와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개별 점주들은 가격 결정권이 없어 본격 시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본사에 이중가격제 시행을 요청했지만 본사의 결정이 나오지 않아 아직 이중가격제 시행을 못 하고 있다”면서 “이중가격제 시행이 하루빨리 되기를 바라지만 다른 업주의 상황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입법으로 소상공인과 입점 업체의 실질적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가격제 확산이 소비자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해 규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뉴욕·워싱턴에서는 주문 가격의 15% 이하로 배달 앱 중개수수료율 상한을 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수수료 상한제 추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수료율 상한제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시장의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생협의체 상생안이 도출된 만큼 당장 추가적인 수수료 상한과 같은 입법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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