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어르신들의 요양·돌봄 서비스를 사회가 연대해 책임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실시됐습니다. 요양 시장이 커지다보니 규모가 큰 기업들이 이 시장에 많이 뛰어들었죠. 하지만 이 중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곳은 없습니다. 시니어 케어의 본질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은 결국 그분들이 다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고, 무료한 일상 속 즐거움을 찾는 것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케어링의 성장 비결은 이 본질에 집중한 결과”이라고 말했다.
2019년 김 대표가 창업한 케어링은 올 2월 4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업계 주목을 끌었다. 케어링이 직접 관리하는 어르신 수는 2022년 6564명에서 지난해 9069명, 올 11월 초 1만 2565명에 도달해 시니어 케어 업계 내에서 가장 많다. 매출 또한 2021년 110억 원에서 2022년 350억 원, 지난해 660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에는 12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빠른 고령화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니어 케어 시장에서 업계 선두로 올라선 비결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끊임없이 본질을 강조했다.
◇"돌봄 기본 지켜야 성장"=케어링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르신을 부축해 낙상을 방지하는 것’과 같이 돌봄의 기본에 집중한다. 얼핏 생각했을 때는 쉬워 보이지만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높은 노동 강도 탓에 정석 대신 ‘편한 방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케어링은 기본의 중요성을 쉬지 않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어르신 보호자에게 전화가 올 때 제때 받는 것 △어르신 상태에 따라 보호·요양 계획을 달리 세워 따르는 것 △어르신을 존중하는 것과 같이 서비스의 기본을 규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고급화’나 ‘차별화’ 등 이색적인 구호를 들고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기본에 집중하는 것은 ‘서비스 본질을 지키는 것이 곧 성장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이후 개인이 사회적 재원으로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기면서 요양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소규모 요양보호센터가 산재한 상황에서 다수의 대기업은 ‘서비스 차별화'를 내세우며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국 생존한 쪽은 규모가 작은 센터들이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작은 센터들이 기본적 돌봄에 더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어링은 돌봄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업계 평균보다 10%가량 높은 급여를 소속 요양보호사 및 사회복지사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소비자 이용료는 시장 가격과 같다. 대신 그만큼 처음 직원을 채용할 때 자질을 검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이후에도 교육에 신경을 쓴다. 인테리어 등 센터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 케어는 크게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자택을 찾아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요양’과 어르신이 시설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시설요양’으로 나뉘는 데 일부 시설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뷰티·스파 시설까지 구비했다.
◇해외 인력 수급은 필수=올 2분기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인정받아 요양비를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인원은 112만 8606명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이는 약 196만 명이다. 하지만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60만 명 가량으로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인력 수급 불균형은 구조에 따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록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케어링은 해외에서 돌봄 인력을 수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케어링은 지난달 베트남 센 그룹과 손잡고 공동으로 돌봄 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두 기관은 추후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 △돌봄 서비스 실무 교육 △일자리 창출 및 채용 연계 △돌봄 인력 공급 관련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 다방면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을 이해하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을 양성한 뒤 국내로 데려와 케어링이 고용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센 그룹은 매년 약 3000명 규모의 인력을 교육해 독일, 일본 등지 시니어 산업에 파견하고 있다.
관건은 제도 개편이다. 현재는 방문취업(H-2) 비자나 재외동포(F-4) 비자를 가진 외국인만 간병 업무를 할 수 있다. 두 비자 모두 재외동포 자격을 가진 이들에게만 발급돼 한국과 관련이 없는 외국인이 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 5월 ‘외국인 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적극 건의하기로 해 향후 관련 제도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겠지만 해외 인력 수급은 시니어케어 기업으로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돌봄 현장에 도입하는 등 신기술 적용에도 적극적이다. 케어링은 이달 의료 AI 기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돌봄 현장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비접촉식 활력 징후 모니터링 △AI 기반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및 진단 솔루션 △데이터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공동 개발해 돌봄 품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비접촉식 활력징후 모니터링 기술은 어르신의 낙상사고 예방과 건강 상태 실시간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케어링은 지금까지의 성장 공식에 따라 돌봄 품질을 높여 시장 내 파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방문요양·목욕·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장기요양기관에서 제공하는 ‘통합재가’에 대한 시장 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프리미엄 시니어 하우징 사업에도 진출하려 하고 있다. 다수의 요양 시설은 다인실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어르신이 많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개인실 위주로 공간을 꾸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고수해온 가치를 잘 지켜 성장을 거듭하고 산업 전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더 많은 어르신들이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케어링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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