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운용은 ‘비중의 미학’으로 불린다. 매번 새로운 종목을 선택해 단기 타이밍을 노리는 것보다는 펀더멘털과 이익 성장성이 견고하고 위험 대비 보상비율이 높은 ‘좋은 종목’의 비중을 조절해가며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의 경우 올 6월에서 8월까지 미국 주식 모델 포트폴리오 전략의 핵심은 ‘변동성 관리’였다. 연초부터 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의 강한 랠리로 절대적 수준에서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액티브 비중(벤치마크 대비 초과 비중)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익 성장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의 비중을 높인 결과 모델 포트폴리오의 액티브 비중은 75%를 넘었지만 6월부터 집중적으로 변동성 관리를 해 액티브 비중을 70% 미만으로 줄였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의 월간 수익률이 같은 기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었지만 높은 수익률의 주식 비중을 일부 줄인 것인데 그 효과는 이후에 나타났다. 실제로 S&P 500 월간 수익률은 9월과 10월, 11월에는 11월 10일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해 변동성을 미리 줄여 놓은 효과로 초과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절대적 수준에서 변동성도 감안해 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서는 소비 기업들의 비중을 상향하고 반도체의 비중을 재편성했다. 강한 상승이 나타난 GPU 반도체 생산 기업(AMD·엔비디아)을 줄이고 메모리 반도체를 상향하며 비중을 재배분했다. 메모리 생산 기업의 적극적인 재고 정상화와 PC 부문 수요 전환이 맞물려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시장이 내년 상반기에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000660)를 필두로 열릴 예정으로 관련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덜어낸 비중은 소비 관련 기업의 비중을 높이는데 활용한다. 중국 수요가 돌아오고 있는 나이키와 스타벅스의 비중도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넷플릭스도 8월부터 신규 편입해 운용 중이다. 이들 기업의 장기 이익 수준을 반영한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다.
좋은 종목은 팔아치우기 보다는 비중을 조절해 오랫동안 가져가는 투자 방식이 좋다. 다만 수익이 커진 종목들은 조금 덜어내고, 주가가 빠진 종목에 자금을 투입해 비중에 변화를 주면서 초과 성과 달성 전략을 시도해 보는 것도 스마트한 운용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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