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 ‘하이 뉴메리컬애퍼처(High-NA) 극자외선(EUV)’에 대한 기술적 우선권을 보유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공동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비롯한 ASML과의 협력 확대에 따른 성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5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동행 일정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출장 소회를 밝혔다. 밝은 표정으로 반도체 성과를 강조한 이 회장은 일정에 동행한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의 등을 독려하듯 두드리며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ASML과 1조 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차세대 EUV 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미세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공동 연구소를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ASML이 해외에서 외부 기업과 R&D 시설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 사장은 ASML과의 협력 성과에 대해 “하이 NA EUV 설비를 들여와 ASML의 엔지니어와 삼성 엔지니어들이 같이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하이 NA EUV에 대한 기술적인 우선권을 삼성이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SML은 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독점으로 생산한다. EUV 노광은 빛으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반도체 회로를 반듯하게 그려내는 공정이다. 하이 NA EUV는 노광 능력을 극대화한 ASML의 최신 제품으로 2㎚ 이하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대당 5000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밀려 있을 정도다.
경 사장의 발언은 ASML과의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가 3㎚ 미만 파운드리 공정에서 경쟁사를 앞서는 양산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는 2025년 2㎚ 양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이 NA EUV 장비를 한 대라도 더 많이 확보하려고 치열한 수급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 툴들이 있지만 EUV가 가장 중요한 툴 중 하나”라며 “전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굉장히 튼튼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D램이나 로직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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