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등 롯데그룹 계열 4개사의 신용등급이 20일 일제히 강등됐다. 이번 등급 조정으로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은 비우량채(AA- 미만)로 전락해 향후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롯데캐피탈·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롯데지주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롯데렌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롯데캐피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각각 낮췄다. 한신평도 이날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줄하향은 예견된 측면이 있지만 한꺼번에 단행돼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 일제히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바 있다. 나신평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렌탈·캐피탈·케미칼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어 한신평이 11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했고 같은 달 한기평도 롯데케미칼·지주·물산·캐피탈·렌탈·오토리스 등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향되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무더기 강등됐다. 롯데 계열사가 유사시 롯데케미칼 등에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현재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 규모는 3월 말 기준 3조 3000억 원으로 2021년 말 대비 4조 원 이상 불어났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인수와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등에 수조 원대의 자금 소요가 발생한 것도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업 환경도 좋지 않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나 중국 경쟁사들의 증설 여파로 그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나신평의 설명이다.
이번 신용등급 줄하향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롯데그룹이 또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은 비우량채인 신용등급 A대로 강등돼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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