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규제에 막혀 있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허용된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업을 옥죄던 각종 ‘덩어리’ 환경 규제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2015년 시행된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다. 환경보호와 안전 강화라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규제 강도가 높아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화학 업계의 하소연이다.
실제 화평법으로 인해 기업은 거액의 비용을 들여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해성 정보를 모두 정부에 의무 등록해야 한다. 신규 화학물질 취급 기준까지 고려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연 1000㎏ 이상의 신규 화학물질만 등록 대상인데 한국은 이 기준이 연 100㎏ 이상이다. 그렇다 보니 필요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화학물질 등록에 소모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신기술·신제품 개발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도 있다.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년에 걸쳐 만든 제품의 화학물질을 공개할 경우 경쟁사에 노하우가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기업의 개발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독 물질을 등록할 때 독성의 강도나 영향력을 따지지 않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인체에 심각한 해를 입히는 물질이나 비교적 피해가 작은 물질에 대해 모두 똑같은 등록 절차를 밟게 해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것이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에도 화학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에 석유화학 업계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공장 증설을 막는 ‘공장총량규제’도 준(準)환경 규제로 분류된다. 명목상 지역 균형 개발을 위해 존재하는 규제이지만 수도권에 공장이 더 늘어날 경우 환경에 미치는 부담도 크다는 반대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진통 끝에 부지 선정 8년 만인 2027년에나 준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성시와의 방류수 관련 환경영향평가 협의 문제가 지연된 데다 공장 부지 보상 협의까지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화학 등 장치산업은 투자의 규모와 속도가 곧 경쟁력인데 규제를 위한 규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아직도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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