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와 기차, 자동차의 시대를 넘어 모빌리티가 이동의 미래로 떠오릅니다. 정부가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차 등을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한 시점도 수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만, 이 기술은 여전히 낯설고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짜먹기 간편한 스틱으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기사들을 쓰고 읽으며 들었던 호기심에 대해 한 통만큼 취재한 다음, 한 스틱에 잘 담아내보겠습니다.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말, 이제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어봤을텐데요, 모빌리티 기업들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동 데이터 역시 몸값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담보로 맡겨 대출을 받는 것도 이제는 예삿일입니다. 차량 공유 기업 쏘카는 지난해 12월 이동 데이터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동 데이터하면 단순히 출발·목적지 정보, 실시간 위치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여러 데이터를 조합하고 톺아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가 내포돼 있습니다. 한 사람의 운전 습관을 파악하는 건 물론, 이동 수요의 양이나 양상을 예측하는 것, 심지어는 결제 방법과 난폭 운전 간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통찰력까지, 데이터가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이를 통해 소비자를 이해하고 미래 수요를 예측하려는 산업 각계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것이고요.
모빌리티-금융계 뜨거운 ‘스킨십’
이동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에는 천장이 없지만 우선 금융권과의 ‘스킨십’이 가장 왕성해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금융 플랫폼 토스가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운영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한 사실은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인수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 회사가 이종 산업인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든다는 점이 주로 조명됐지만, 토스가 그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금융권에서 보여주지 않던 상품들을 선보여 온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타다의 이동 데이터를 엮어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되는 라인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지난 8월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후 앞으로 금융권에서 양사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권 특히 보험 산업에서도 이동 데이터가 지니는 잠재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이동 데이터를 활용하면 상품 예비 가입자들에 대한 정보를 더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보험사들은 상품을 보다 세밀하게 설계하고 타게팅이 가능해지고 그만큼 손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겨우 시작 단계일 뿐이지만 예컨대 DB손해보험은 최근 모빌리티 기업들의 내비게이션를 활용한 특약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이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집한 운전 점수를 기반으로 사고 위험이 낮은 운전자를 추려내 이들에게 더 저렴한 보험료를 책정했습니다.
흡연 여부, 공기압까지 수집…이용자 분석 더 세밀하게
모빌리티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런 상품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통상 첫 차를 마련하는, 운전 이력이 없는 가입자에 대해서 보험사에서 고려하는 사항은 겨우 차종, 나이 정도입니다. 실제로는 가입자별 사고 위험 가능성이 다양할텐데 말입니다. 만약 첫 차를 사기 전 공유 차량 서비스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보험사들은 이를 활용해 한 덩어리로 있던 첫 차 구매자들을 한층 세밀하게 구분해낼 수 있고 그에 따라 보험료도 차별화할 수 있게 됩니다. 차량 공유 업체도 금융 업계도 윈-윈하는 방향이 아닐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이동 데이터라도 다채로울수록 유리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나 티맵모빌리티처럼 모빌리티를 중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차량을 직접 소유하며 운영하는 차량 공유 업체들은 이런 점에서 더 큰 강점을 가집니다. 쏘카는 예컨대 일반적인 이동 데이터 뿐만 아니라 전조등 점등 여부, 실시간 RPM, 주행 중 흡연 여부, 타이어 공기압 등을 수집합니다. 차량을 매입한 뒤 직접 차량에 데이터 송수신 장치를 설치한 덕분입니다. 이 회사는 데이터 활용 방식을 고민하며 흡연 여부, 결제 방식같이 일상적인 요인들을 조합해 사고 위험이나 운전 행태 같은 특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 등에도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권 분석·관광…영역 넓혀가는 모빌리티 데이터
이동데이터의 활용은 현재까지 금융권에서 가장 가시적이었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관할 지역 내 명소에 관광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지자체는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관광객들의 이동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어떤 시기 어떤 교통 인프라를 더 확충하면 될지 등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상권 분석 서비스 업체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과거 이동 데이터를 통해 상권 분석 기술을 한층 고도화한 것처럼 상권 등 입지 분석 등에도 이동 데이터의 가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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