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문은 반드시 세 명을 죽인다. 소문을 퍼뜨린 사람, 소문을 들은 사람, 그리고 소문의 주인공.”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주식시장에 떠도는 풍문도 똑같다. 악성 루머를 뿌린 작전 세력, 그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을 사고판 사람, 그리고 가십의 대상이 된 기업까지 소문 하나로 모두가 끝날 수 있다. 풍문은 말 그대로 근거 없이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이다. 그런 실체 없는 이야기가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주식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걸까.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알려진 러시아 함선이다. 당시 근처에서 오징어 잡이를 하던 울릉도 어민들이 러시아 선원들을 구조해준 대가로 황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것이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보물선 소동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넘은 2018년 돈스코이호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설립된 지 50일밖에 되지 않은 신설 회사(A 회사)가 150억 원어치의 금괴가 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면서 인양 계획을 발표하고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던 암호화폐도 발행하면서 보물선 발굴에 대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주식시장도 곧 반응했다. 코스닥 상장사였던 B 기업은 최대주주가 A 회사 관계자임이 밝혀지며 ‘보물선 테마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돈스코이호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끝은 처참했다. 돈스코이호 인양이 투자 사기로 밝혀진 것이다. 이후 이야기는 알려진 바와 같다. 루머를 뿌린 A 회사 관계자는 형사처벌을 받았고 소문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테마주로 묶였던 코스닥 상장사들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했다.
작정하고 속이려 드는 가짜 소문을 걸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정보원을 다양화해야 한다. 소문이 돌면 일단 확인부터 하는 것이다. 회사가 제공한 기업설명회(IR) 자료도 찾아보고, 기업공시와 애널리스트 분석 보고서도 체크하면서 안목을 길러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이다. 불공정거래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제 곧 작전 세력들이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일 과징금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주가조작으로 수십억 원을 벌어두고 징역 몇 년 살고 나오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가짜 소문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르게 되는 것이다.
보물선 소동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무렵에도 똑같은 돈스코이호를 이용한 주가조작 사건이 있었다. 부를 향한 갈망에는 끝이 없기에 유령선처럼 우리를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더는 황당한 소문에 휩쓸리지 않도록 튼튼한 자본시장과 성숙한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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