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올 들어 국내 업체들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SK온이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이들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보다 성장 속도가 빠를 정도다. 특히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과 달리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전방위적 협력으로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SK온은 올 하반기에도 납품 확대, 해외 공장 추가 가동 등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17일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의 올 1~4월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량은 8.6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3.5GWh)보다 141%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올해 누적 기준 7%로 5.3%에서 1.7%포인트 늘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SK온의 성장 속도가 중국 CATL을 앞선 데 주목하고 있다. CATL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품었음에도 배터리 공급량이 19.4GWh에서 41.5GWh로 114% 늘어 SK온의 증가율에 못 미쳤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두 자릿수 증가율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유독 SK온만 중국 업체 못지 않은 성과를 낸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 외에 비야디·CALB·궈쉬안 등 중국 후발 배터리 업체들도 최근 약진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한국에서는 배터리 3사 중 SK온만 올 들어 유일하게 고공 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이 선전하는 요인으로는 거침없는 공격 경영이 꼽힌다. SK온은 지난해부터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에 대규모 물량을 납품하는 등 핵심 거래선 공급계약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지난 달 말 고객 인도를 시작한 포드의 F-150 물량은 독점 제공한다. F-150은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인 8만 대를 넘어 20만 대까지 예약 주문을 받았다.
SK온은 공격적인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 공장, 헝가리 2공장을 추가로 가동해 이를 77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5~2027년에는 포드와 미국 테네시주·켄터키주에 129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가동한다. 이에 따라 SK온의 생산능력이 2025년 22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온은 2017년 1.7GWh에서 지난해 40GWh로 연간 생산능력을 20배 이상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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