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미공개정보이용 행위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를 수사하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인원이 2배로 늘어난다. 소위 증권선물위원회 ‘패스트트랙’ 사건에 국한됐던 수사 대상 범위도 넓어진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특사경 확대가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검찰의 불공정 거래 수사 권한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특사경 개편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자본시장 특사경은 지난 2019년 출범한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전담 수사기관으로 현재 금감원 본원 인력 10명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파견 인원 6명을 포함해 총 16명이 활동하고 있다. 증선위원장이 증선위 심의·의결 없이 자체 결정으로 검찰에 이첩하는 소위 ‘패스트트랙’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두고 있다.
이번 개편안의 골자는 크게 △인력 증원 △금융위 특사경 신설 △수사 권한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16명 수준이었던 자본시장 특사경 인원을 31명으로 늘린다. 그간 금융 당국 안팎에서 제기돼오던 인력 증원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10명 남짓한 인원으로는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수사를 펼치기에 벅차다는 주장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본원 직원은 기존 10명에서 15명으로 증원하고 서울남부지검 파견 인원도 6명에서 9명으로 늘린다.
특히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 금융위 직원 3명, 금감원 직원 4명이 포함된 ‘금융위 특사경’이 새로 꾸려질 예정이다. 기존 특사경에는 자조단 직원이 없었다. 금융위는 내년 1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금융위 특사경’ 설립 채비에 나선다.
수사 권한도 확대된다. 증선위 의결로 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도 검사 지휘하에 자본시장 특사경이 수사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증선위원장이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넘긴 사건만 수사할 수 있었다.
특히 금융위 소속 특사경은 자체 내사 후 증선위원장에게 보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수 있게 됐다. ‘금융위 특사경’에 한해 인지수사권에 가까운 권한을 공식적으로 부여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감원은 공무원 조직이 아닌 만큼 인지수사권을 배정하기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사실상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약해진 증권 범죄 수사 역량을 특사경 확대로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증권 범죄 수사는 서울남부지검 산하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지난해 1월에는 합수단이 해체되고 이후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대폭 약화됐다. 비록 올 9월 합수단의 후신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 꾸려졌지만 협력단 검사는 과거 합수단 체제와는 달리 수사 지휘만 한다. 이번 개편을 통해 ‘증선위 의결 후 검찰로 이첩한 사건’을 특사경의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도 검찰의 ‘직접수사 공백’을 메꾸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직접수사 범위가 제한된 협력단의 수사 역량을 보강하는 쪽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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