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원자력발전소 정비 기간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비해 발전소별로 최소 2배에서 많게는 8배 이상 장기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정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일정 등을 논의해 계획을 세우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비 및 재가동 결정을 내린다. 원안위는 안전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정비 기간을 늘리며 원전의 경제성을 끌어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경제가 1일 입수한 원전 정기 검사 자료들에 따르면 고리 원전 3호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두 차례(2014년·2015년) 정기 검사를 실시했는데 두 달여 만에 작업이 모두 끝난 반면 지난 2017년 1월에 시작된 정기 검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2018년 5월 중순에 마무리돼 총 16개월이 걸렸다. 정권 교체 이후 원전 검사 기간이 불과 3~4년 만에 8배나 늘어난 것이다.
또 고리 원전 4호기는 박근혜 정부 때 각각 3개월과 한 달 반 만에 정비를 마쳤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12개월과 7개월이 각각 소요됐다. 한빛 원전 4호기는 2017년 5월 정비 작업에 들어가 아직도 작업 중이고 한빛 6호기와 한울 2호기 정비 기간도 이전 정부 대비 2~3배가량 늘었다. 이 때문에 원전 이용률은 2015년 85.3%에서 2018년 65.9%까지 떨어졌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같고 수명은 3~4년밖에 안 지났는데 대부분 원전의 정비·검사 기간이 2~3배 이상 늘어난 것은 현 정부가 원전 가동률을 떨어뜨리려 일부러 검사 기간을 늘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문주현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는 “원안위가 이전에 허용됐던 부분까지 트집을 잡으며 정비 기간이 장기화됐다"며 “정비 기간 장기화가 100% 원안위 탓은 아니라 해도 원안위에서 재가동 승인을 늦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원안위는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심사 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이나 비행기 추락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허가를 늦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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