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 비중을 확대하자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국내 원전 산업의 기반을 허무는 대신 태양광발전 보급에 치중하지만 정작 국내 태양광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2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과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비율(RPS)에 따라 보급된 태양광발전 단지 중 국내산 셀 점유율은 22.12%(복수 국가 제조 제품 제외)로 집계됐다. 전년(50.25%)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 셀 점유율은 33.52%에서 65.2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모듈 시장에서도 국산 제품(78.41%→64.22%)이 중국산 제품(21.59%→35.78%)에 시장을 더 내줬다.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줄어든 것은 태양광 산업의 경우 기술 장벽이 낮아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은 국내산보다 발전 효율이 통상 5~10% 낮지만 많게는 20%까지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국산 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태양광 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2년 사이 4만 원대로 반 토막 나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 제조 업체 관계자는 “중국과의 경쟁 탓에 국내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워 고효율 제품을 선호하는 수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생긴 전력 공백을 재생에너지로 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이를 지탱할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는 위기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태양광 산업은 기초 소재에서 완제품 순으로 ‘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진다. 이미 국내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제조 기반이 사실상 사라진 데 이어 가치사슬 하단 제품 제조 업체들도 중국과의 경쟁을 버거워하는 터라 제조 기반 공동화(空洞化)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모듈 분야에서 70% 안팎의 국산 점유율을 갖춘 나라는 중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뿐”이라며 “기술 개발을 통해 효율을 끌어올려 국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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