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착용이 의무화되면 더 이상은 이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공유 전동킥보드를 애용하는 직장인 김모씨(25)는 조만간 헬멧 미착용 시 최대 20만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하는 법안이 실행된다는 소식에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편리함을 위해 공유 전동킥보드를 애용하는 만큼 헬멧까지 휴대하고 다니면서 써야한다면 차라리 안 타겠다는 반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13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돼 전동킥보드를 탈 때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다. 미착용 적발 시 최대 20만원의 범칙금이 탑승자에게 부과된다. 헬멧 미착용 시 범칙금이 부과되면 기존 이용자들이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 존폐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안전을 위한 헬멧 착용 의무화와 범칙금 등의 규제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규제인 만큼 헬멧 의무 착용 대신 아예 제한 속도 자체를 낮추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일어난 1,252건의 전동킥보드 사고 중 가장 많은 부상 유형은 머리 및 얼굴 부위를 다치는 경우(454건)였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는 서서 타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두부 및 안면부 손상 가능성이 자전거에 비해 높다”며 헬멧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주로 단거리 주행용인 공유킥보드 특성상 탑승자가 헬멧을 쓸 유인은 부족하다. 공유킥보드 서비스 ‘킥고잉’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은 5~6분이다. “고작 5분을 위해 하루 종일 헬멧을 들고 다닐 사람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씽씽이 지난해 12월 대구시에서 기기에 헬멧을 시범 부착해 서비스했지만 착용률은 0%에 가까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유 헬멧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 위험도 있고, 여름이 되면 냄새와 위생 문제로 사용을 더욱 꺼린다"며 “헬멧 미착용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안은 아닌만큼 범칙금으로 처벌하는 건 과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안전과 산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대안으로 속도규제를 제안한다. 현재 국내 전동킥보드 최고속도는 시속 25km이고, 차도 혹은 자전거 도로에서만 탈 수 있다. 이를 바꿔 제한속도를 절반 이하로 확 낮추고, 폭이 5m~10m 정도로 비교적 넓은 일부 인도에서는 주행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프랑스 파리시는 보행자 밀집구역 주행을 허용하되, 최고속도를 시속 8km까지로 제한한 바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보행자를 배려해 속도제한을 시속 10~15km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처럼 킥보드·보행자 겸용도로를 서서히 늘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시민과 업계에만 부담을 전가하기 보다는 정부·업계·시민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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