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은 최근 기자에게 2~3년 후가 더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은행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2%대 금리로 최대 2,000만 원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자영업자의 급한 불을 꺼줘야 한다는 당국의 요청에 대출을 해줬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 대출이 제대로 상환될지 모르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오는 3월 종료 예정인 만기 연장, 이자 유예의 재연장 여부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 대출의 부실률도 관건”이라며 “대출받은 사람들이 대부분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영세업자라 더 걱정”이라며 한숨 쉬었다.
이 부행장의 걱정이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폐업하고 싶다는 글이 부쩍 늘었다. 정부 지원으로 대출받은 뒤 폐업하면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지 묻는 글도 많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강원도에서 2년째 찜질방을 운영 중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수입도 없고 더 이상 빚도 낼 수 없다며 하소연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로나19가 3차 유행으로 번지면서 대출로도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추가 대출을 해주고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모든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유동성을 더 공급하는 것은 잠시의 자금난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일 뿐이다. 처음 코로나19 사태를 접했을 때는 이 시기만 넘기면 될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아니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해가 바뀔 만큼 코로나19는 이제 긴 호흡으로 마주해야 한다. 일괄적 지원보다는 별도의 맞춤형 선별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 당국은 이달부터 금융권과 연착륙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하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상수’를 기대해본다.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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