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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2차전지·경기민감株 '맑음'…저금리·실적 타고 3,000 간다

[2021 재테크 기상도] 증시·원자재

성장산업 비중 커지고 배당성향↑

펀더멘털 키우며 추가 상승 기대

증권가 코스피 최고 3,300 예상

글로벌 경기 반등 속 G2 증시 주목

구리 등 경기민감 금속도 수혜 전망





2020년 국내 증시는 마지막 거래일까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코스피 3,000시대’에 대한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연초 2,900선을 코앞에 둔 코스피는 2020년 10년간 갇혀 있던 ‘박스피’에서 벗어나 2020년 최저점 대비 수익률이 97%에 달했다. 2021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경기회복 기대감, 저금리 기조 등이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코스피가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가 2021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국내 증시는 전반적으로 ‘맑음’이 예상된다. 물론 코로나19의 확산과 이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반기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각국이 부양 정책을 지속하는 한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경기회복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 반등의 신호도 속속 포착된다. 2020년 12월 국내 수출 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 남아 있는 정책 불확실성과 백신 보급 과정에서의 노이즈가 우려되지만 예상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31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증권사 상당수는 코스피지수의 상단을 3,000선 이상으로 제시했다. 최고치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이 제시한 3,300선이다. 코스피가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으면서 대부분은 제시했던 수치를 수정했고 기업 실적 회복과 저금리를 예상해 추가 상향 가능성을 열어 둔 증권사들도 있다. 2021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경기회복 정도에 따라 115조~140조 원 정도로 예상돼 차이가 크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른 백신 보급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앞당기고, 달러 약세가 시클리컬과 내수 업종의 실적 추정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 자체의 펀더멘털이 바뀐 것도 밸류에이션의 상승 요인이다. 국내 증시는 성장 산업의 비중이 늘고, 배당성향이 높아져 재평가 요인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증시에서 성장 산업(정보기술(IT) 49.1%·커뮤니케이션 7.9%·헬스케어 7.0%)의 비중은 64.0%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평균(43.0%)이나 미국(53.3%) 대비 높은 수준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신고가 랠리 때는 세계 거시 모멘텀과 동행했고, 수출 및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며 “생산성과 성장 가치가 높은 IT와 건강관리 섹터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국내 증시의 재평가를 위한 투자 환경이 갖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의 배당성향도 꾸준히 증가세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코스피200 기업 배당성향은 처음으로 30%를 웃돌 것”이라며 “2021년에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배당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업종을 ‘톱픽’으로 꼽았다. 1월부터 디램 가격의 조기 반등이 예상되는데다 삼성전자 등의 파운드리 사업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파운드리 시장의 규모는 2019년 대비 두 자릿수인 23.7%나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실내 전자 기기 수요 증가, 5G(5세대) 전환 모멘텀 등이 이어지며 시장은 2021년에도 6%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T의 경우 미국의 중국 제재로 반사이익 수혜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 확대로 2차전지 업종도 수혜가 예상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증설 계획만으로는 오는 2024년부터 배터리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수요가 회복하며 화학·철강 등 경기 민감주의 주가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진단했다.

해외주식·원자재 시장에서도 키워드는 ‘경기 반등’이다. 또 재정·통화 정책 공조가 나타나면서 주식에 비교 우위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 국채 비중은 줄이고 ‘주요 2개 국(G2·미국·중국)’ 주식 비중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은 2021년 자산 배분 전망 보고서에서 “주식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기반으로 가치주가 밸류에이션 바닥을 벗어나고 성장주는 고평가 논란이 있지만 구조적 매력에 따라 장기 상승 추세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치주와 성장주의 중립적 포트폴리오를 권고하며 지역별로는 G2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에 대한 전망도 우호적이다. 중요 변수는 중국의 경기 정상화다. 보통 신흥국은 제조업 비중이 큰지, 아니면 원자재 생산 의존도가 높은지에 따라 분류한다. 제조업·원자재 부문 모두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중국은 2020년의 기저 효과로 2021년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9~10%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구리 등 경기 민감 금속을 눈여겨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가격이 향후 1년 안에 톤당 9,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니켈·은·백금처럼 신재생에너지·전기차 산업과 관련이 깊은 경기 민감 원자재에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권고한다.

대표적인 경기 민감 원자재로 꼽히는 원유는 전망이 갈린다. 유가 역시 경기회복에 따라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2021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50.4달러로 2020년보다 27.3%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석유 중심에서 대체에너지 중심으로 바뀌는 만큼 원유의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은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선에서 강보합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인플레이션·금리 헤지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2020년 상승 폭이 지나치게 가팔랐다는 설명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도 2021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주목할 키워드다.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등 관련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각국 정부에서 친환경 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ESG나 사회적 책임 투자(SRI)를 주요 콘셉트로 삼은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가들이 사회적 책임 투자에 대해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나·심우일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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