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강성부펀드(KCGI)에 ‘독립적·장기적 투자의 일환’이라는 서신을 보내면서 세간을 놀라게 한 ‘한진칼 베팅’에 대한 미스터리가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단순히 한진 오너가의 ‘백기사’라는 설보다는 조인트벤처(JV)와 대한항공·진에어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사업적 포트폴리오를 내다본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증권가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델타가 공언한 대로 한진칼 5.7% 추가지분 매입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순 백기사 아닌 장기투자 목적의 ‘큰 그림’ 그린 듯=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델타 측이 오너가 및 대한항공과의 JV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한진칼에 투자했다”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아시아 지역 항공 전문가인 윌 호턴은 “(양사의 JV에 대한) 델타항공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며 “한미 간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개 지방도시 노선을 함께 운항하는 JV는 지난해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한항공의) 미주지역 수익률을 6.5%나 높이는 등 예상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버진애틀랜틱·중국동방항공과의 합작을 기대하며 지분을 매입했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미 JV를 운영하는 델타 측이 한진칼에 투자한 이유라는 분석이다. 경영진 교체로 ‘황금알’ 사업을 잃기 싫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또 1·4분기 영업이익률(17.5%)이 경쟁사를 압도하는 등 성장성이 높은 저비용항공(LCC) 진에어 지분을 한진칼이 60% 보유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델타 측이 한진그룹의 미래 성장성을 내다본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봤다. 한마디로 ‘큰 그림’을 그리고 사실상 ‘거의 리스크가 없는(little risk)’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이미 ‘고점’에 물린 델타, 한진칼 추가 매입 곧 나설 듯=한진칼은 10일 주식시장에서 0.18% 내린 2만8,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수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지난달 20일 이후 35%가량 급락했다. 당시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절정에 달하며 4만5,000원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델타항공의 주식 매입 평단가는 4만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연일 장 초반부터 가격에 상관없이 적극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취득이 애초에 차익실현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델타가 백기사였다면 한진 오너가가 상속세 납부 전에 주식을 사들여 상속세 부담을 높였을 리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는 델타항공이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준수하는 만큼 약속한 대로 곧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 신고 등의 절차가 마무리되면 늦어도 한 달 내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델타의 정도경영 투자 행태상 일부러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관·개인은 손절… 外人 저가에 지분 8→11% 늘려=델타 측의 한진칼 투자 발표 이후 개인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74억원어치를 내다 파는 등 연일 손절매에 나섰다. 기관 역시 313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435억원을 대량 매집했다. 한진칼의 외국인 비중도 8%에서 10.9%로 뛰었다. 주가가 급락한 틈을 타 외국인이 자산가치가 높은 한진칼을 싼 가격에 이삭줍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6월21일 외인으로 추정되는 공매도 물량이 무려 23만주나 쏟아지면서 상승하던 주가가 급락 반전했고, 최근에는 저가에 주식을 쓸어담는 외국인 행보에 맞춘 듯 공매도 물량이 거의 사라진 점도 외국인에게 유리한 장세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양준·신한나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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