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업체의 할인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백화점 업계가 새로운 PB(자체브랜드) 실험에 나섰다. 수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업종을 불문한 합종연횡으로 윈윈 전략을 펼치는 등 백화점의 신성장 동력인 PB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PB편집숍인 ‘엘리든(ELIDEN)’은 뉴욕 편집숍이자 자체 브랜드로 유명한 ‘오프닝세레모니(OPENING CEREMONY)’와 협업한 상품을 내놨다. 공동작업 산물인 페이즐리 무늬가 들어간 티셔츠와 에코백은 두 브랜드에서 모두 베스트셀러에 들 정도로 인기다. 글로벌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공동작업을 잘 하지 않기도 유명한 오프닝세레모니가 롯데 PB브랜드와 손잡으면서 업계에선 화제를 낳고 있다. 에코백을 드는 것보다 어깨에 걸치는 것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해 어깨 줄을 길게 만들고 수납을 위해 앞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국내 소비자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롯데백화점 니트 의류 전문 PB인 ‘유닛’은 가방 브랜드인 ‘조셉앤스테이시’와 손을 잡았다. 조셉앤스테이시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주름으로 가방 모양을 잡은 ‘플리츠 가방’의 원조로 꼽힌다. 의류 PB와 가방 브랜드가 영역을 뛰어넘어 합종연횡 한 것은 한 단계 진화한 컬래버라는 평가다. 아직 PB업계에선 컬래버가 생소한데다 공동작업을 하더라도 같은 업종 내에서 이뤄지는데 이번 작업은 서로의 ‘콘셉트’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송효진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두 브랜드는 차분한 색감을 사용하고 단조로움과 깔끔함으로 승부한다는 공통된 이미지를 따서 상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엘리든은 줄무늬 티셔츠의 대명사격인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와도 공동 기획상품을 내놨다. 세인트 제임스는 화가 피카소가 애용한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세인트 제임스는 이번 컬레버로 기존 팔에 부착된 네이비 컬러의 라벨을 ‘레드 라벨’로 바꿨다. 이 역시 엘리든 바이어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신세계백화점의 PB편집숍인 분더샵은 최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젊은 고객 몰이에 나섰다. 분더샵이 운영하는 ‘케이스스터디’는 파리의 유명 예술공간인 ‘0FR 서점’과 협업한 의류 등을 선보였다. 반스와 협업한 케이스스터디 스니커즈는 3일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이 스니커즈는 신세계 로고 문양을 모티브로 한 패턴으로 화제가 됐다. 케이스스터디는 별다른 로고 없이 강력한 문구만으로 전세계 패셔니스타를 매료시킨 프랑스 브랜드 F.A.M.T와 지난 5월 엄마와 자녀가 함께 입는 시밀러룩을 선보여 이슈의 중심에 섰다.
백화점이 단순한 장소 대여 개념에서 벗어나 기획·구매력을 활용해 PB와 PB편집숍을 선보이며 다양한 유통 실험을 하는 것은 직매입을 통한 높은 마진율로 ‘PB 성공방정식’이 통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실제 백화점은 여러 실험을 통해 PB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백화점은 최근 명품이나 가전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최근 3%대까지 떨어졌다. 2010년 초반 만해도 13%에 달하던 이익률이 불과 10년도 안돼 곤두박질친 셈이다. 이로써 백화점 업계는 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직매입 상품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온라인과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직접 기획한 브랜드를 선보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PB와 편집숍을 다양한 형태로 실험해 최적화된 모델을 찾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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