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 협상의 핵심축으로 떠오른 한화오션(042660)이 2분기 실적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경계감이 커지는 등 대내외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실적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그룹 편입 1년 전인 2022년 약 1조 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화오션은 올해에는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넘보고 있다. 추후 관건은 규모가 수십 조 원으로 알려진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성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 2941억 원, 영업이익 371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29.9%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97억 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 누적으로는 6조 4372억 원의 매출과 630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연 1조 원 흑자 달성을 바라보게 됐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16개 증권사가 제시한 실적 전망 중간값, 즉 컨센서스는 연매출 12조 9155억 원과 영업이익 1조 1062억 원이다.
한화오션은 상선·특수선 등 핵심 사업부별로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상선사업부는 영업이익 3771억 원을 거두며 분기 흑자 전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LNG 운반선 매출 비중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 조선업 경쟁국인 중국이 컨테이너선 등 중·저부가가치 선종에서 강점을 가진 반면 우니라라 기업들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잠수함·수상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특수선사업부도 매출 2368억 원, 영업이익 183억 원으로 순항했다.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로 국내 조선업은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초 취임한 이후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을 강조하며 LNG 수요가 증가하고 관련 선종 수요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로 중국에서 줄인 일반 상선 발주량을 한국에서는 늘릴 가능성이 있고 양국간 방산 협력 고도화에 따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관련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의 전신은 대우조선해양이다. 한화그룹이 2022년 12월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2023년 3월 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주요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고 같은 해 4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결합 승인 결정을 내리며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2021년과 2022년 각각 1조 7546억 원, 1조 61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지만 지난해 23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증권가 예상대로 1조 원 이상의 흑자를 거두면 한화그룹 인수 이후 극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실현하게 된다.
한화오션은 대미 관세 협상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 협상단이 먼저 ‘미국의 조선업을 위대하게’라는 뜻을 가진 수십 조 원 규모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1억 달러(약 1390억 원)를 투자해 미국 현지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를 인수했고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대미 추가 투자와 현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의 방안을 우리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직접 투자는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지층을 핵심으로 하는 현 미국 정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만약 현재 우리 정부안대로 대미 협상이 타결될 경우 마스가 프로젝트는 추후 한화오션에 있어 주요 실적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낙후한 미국 조선소를 추가로 인수하면 대규모 시설 개선비가 들어갈 수 있고, 도크를 보수해도 현지 기자재 공급망이나 인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선박을 건조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다. 국내 1위 조선 기업 HD현대중공업(329180)은 대미 직접 투자와는 거리를 두며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조업 강화 정책이 지속된다면 한화의 공격적인 전략이 중장기적으로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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