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소규모 증자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KT가 주도하는 자본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우리은행 등 주주사들이 케이뱅크의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케이뱅크는 이사회에서 주주사들이 이날로 예정됐던 주금 납입일을 다음달 12일로 다시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납입일 또한 은행장의 뜻에 따라 다음달 말일까지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15일 케이뱅크는 412억원 규모의 전환주 발행을 결정했다. 이는 당초 케이뱅크가 올 1월 당시 추진했던 유상증자 규모(5,900억원)의 1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대규모 유증 계획은 주요 주주인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KT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으로 케이뱅크 지분을 현재 10%에서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KT가 주도하는 대규모 자본확충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 다른 주요 주주들이 케이뱅크의 자금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케이뱅크가 대출 영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현 상황을 극복하려면 KT 외에 기존 주주사가 ‘총대’를 메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사들은 최근 3,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우리은행이 1,000억원을 투입해 케이뱅크 지분을 현재 13.79%에서 29.7%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보험·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이 줄어들 수 있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412억원 규모의 증자에 참여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추가 증자안에 대해선 하반기에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한 관계자는 “보다 근원적인 증자 기반을 구축하고자 신규 주주사 영입을 포함한 다양한 증자 방안을 기존 주주사들과 협의해 시행할 것”이라며 “현재 단순 접촉 단계를 넘어서 참여 지분 등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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