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VVIP를 붙잡기 위한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 비(非) 이자 수익을 늘리려는 금융회사와 저금리 기조 속에서 고수익 상품을 찾고자 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금융자산 20억원 이상 VVIP들은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수익률 5% 이상 고수익 상품을 선호한다는 게 은행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VVIP를 위한 특화 서비스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같은 WM센터 안에서도 고액 자산가만 드나들 수 있는 별도의 VVIP 라운지를 운영하는가 하면 WM센터 일부 공간을 VVIP들에게만 빌려주는 식이다. 결혼적령기인 VVIP 고객들의 자녀들을 서로에게 소개 시켜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모두 VVIP 눈높이 맞춤형 마케팅인 셈이다. 은행마다 VVIP의 기준은 다르지만 자산이 최소 5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은 돼야 이 같은 서비스를 직접 누릴 수 있다.
보험업계도 일찌감치 VVIP 고객 잡기에 나섰다. 삼성생명의 ‘삼성패밀리오피스’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상품은 3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록펠러’와 같은 명문가 반열에 오르기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자녀들을 대상으로 해외 단기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가업 승계 과정에서 컨설팅을 제공한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VVIP 쟁탈전에 합류했다.
카드사들도 VVIP 고객 관리에 힘쓰고 있다. 현대카드를 비롯해 대다수 카드사들이 연회비 200만원 이상 VVIP 전용 카드를 내놓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카드들을 발급 받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의 추천을 받는 등 특수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VVIP 회원이 1년에 긁는 수억원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VVIP가 지갑에서 꺼내는 카드 한 장이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홍보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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