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국이 북한 광산 개발권을 싹쓸이했다’고들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북핵 문제가 풀리면 우리에게 큰 기회가 있습니다.”
최경수(62·사진) 북한자원연구소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논현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은 북핵 등 남북·북미관계가 풀린다는 전제 아래 남북이 협력해 같이 써야 하는 민족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아프리카·아메리카 등에 대거 투자했던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크게 실패한 상황에서 대안은 북한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 2002년 대한광업진흥공사(현 한국광물자원공사) 남북협력단장으로서 황해남도 노천광산인 정촌광산을 북한과 합작 개발해 2006년 장비 등을 설치, 준공식을 한 뒤 800톤의 흑연을 들여왔다. 2007년에는 정부가 8,000만달러의 섬유·신발·비누 등 경공업 원자재를 차관 형식으로 지원한 대가로 함경남도 단천의 대흥광산·룡양광산(마그네사이트)·검덕광산(아연) 개발을 위한 3차 조사까지 마쳤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무산됐다.
“제가 30차례 방북해 북한 광산을 다녔는데 정촌광산은 북한을 너무 모른 상태에서 시작했고 현지 전력사정이 매우 열악한 문제라든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시제품을 생산했었죠. 단천은 도로·철도·항만 등 인프라 조사를 포함해 세 차례 방북단을 이끌고 갔으나 투자가 확정되기 전에 5·24조치(2010년)로 모든 게 중단됐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씨를 뿌렸으나 안타깝게도 이후에 제대로 꽃이 피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북핵 문제가 해소되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탐사 등 공동개발 기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중국이 북한에 장비와 트럭, 식량 등을 주고 무산광산(철광석)·해산광산(동) 등 개발권을 가져갔지만 인프라 문제와 광산 경영권 문제로 그렇게 쉽게는 못했다”며 “북한의 지하자원 소유권은 국가에 있어 배타적이고 양도 가능하지 않아 그저 생산권만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여전히 우리의 대북 정보가 태부족이라며 철저한 탐사와 함께 광산과 인프라의 패키지 개발 등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단천을 조사하기 전에는 룡양광산이 좋은 줄 알았는데 북측에서 ‘대흥광산이 노천광산으로 더 좋은데 왜 그것을 하려느냐’고 했는데 실제 그렇더라”며 “북한 지하자원 가치가 7,000조원이라지만 잠재가치이며 상업적 가치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광산 몇 개를 묶고 인프라도 같이 개발하는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 위해 자원개발특구 지정 등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단천의 대흥·검덕광산 등 북한 광산을 기업들과 같이 패키지로 개발해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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