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이사회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이광구 행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일정을 이번주 중 확정한다. 하지만 후임 행장을 놓고 낙하산 논란과 내부 갈등이 증폭될 경우 선임 절차가 내년으로 한없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상무 이상 임원 13명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 초에 한꺼번에 몰려 있는데다 행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가 표류할 경우 내부 인사가 꼬이고 내년 경영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이사회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달 초까지는 차기 은행장 선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연말께 주주총회를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다음달 초 은행장 내정자를 결정하고 주총 소집을 통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더구나 주요 임원 중 4명이 다음달 3일, 9명이 다음달 8일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어서 이때까지 후임 행장이 결정돼야 임원 인사도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후임 행장 선임을 놓고 내부 갈등이나 정부 입김이 본격화되면 임추위가 자칫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BNK금융지주와 수협은행 모두 최종 후보자를 도출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등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을 초래했다. 실제 임추위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데는 우리은행의 18% 지분을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측 이사가 임추위에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임추위가 (우려대로) 늦어져 행장 선임이 늦어지면 내년도 경영전략이 차질을 빚고 결과적으로 내년 상반기 장사는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후임 행장이 조기에 선출돼 임원 인사는 물론 조직 인사를 통해 조직을 급속히 안정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은행 업무총괄을 위임받은 손태승 글로벌 부문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동요되지 말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 올해 영업 마무리를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내부 동요는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과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 등의 영업 결과로 고무됐던 분위기가 행장 사임이라는 초유 사태를 맞으며 ‘멘붕(멘탈 붕괴)’의 상황을 맞고 있다.
관건은 우리은행 내부의 행장 선출 등 지배구조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굴러가도록 정부 입김 등이 차단될 수 있는지다. 예보의 임추위 참여는 물론 정치권과 연계된 인사가 행장 선출 시스템을 헝클어 논란을 자초하면 행장 선임은 점점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 이사회는 속전속결로 후임 행장을 선임하자는 움직임이 강하다. 금융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산업을 망친 관치 낙하산 인사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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