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중견·중소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이 대부분 대기업 자금조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주관부터 인수금융, 전환사채(CB) 발행, 기업공개(IPO)뿐만 아니라 자기자본(PI)을 통해 지분인수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중견·중소기업의 기업생애주기 마스터플래너로 역할을 할 계획이다.
14일 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연내 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다. KB투자증권 시절부터 블라인드 펀드 조성은 처음이다. 펀드 자금은 벤처기업의 성장지원에 집중될 예정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통해 상장 전 기업을 발굴하는 프리 IPO 투자와 메자닌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할 계획”이라며 “신재생에너지와 가업승계 등으로 블라인드펀드 성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 JW바이오지분을 인수하면서 시동이 걸린 기업 토털 서비스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연초 JW중외그룹 계열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 지분 확보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통합법인으로 새출발하는 KB증권이 내놓는 첫 작품이었다. KB증권은 JW중외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서며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앵커(핵심출자자)로 나섰다. KB증권이 직접 자금을 투자해 신뢰성과 책임성을 높인 후 손해보험과 캐피털사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일종의 공동투자(Co-Investment) 전선이 구축된 셈이다. 폐기물 업체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를 인수하려던 IMM인베스트먼트가 펀드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KB증권이 나섰다. 매각주관과 함께 인수금융에 이름을 올리자 펀드 설정이 탄력을 받았다.
하림(136480)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003380) 상장은 KB증권이 은행과 협업 시너지를 올렸다. 지난해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금융의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의 적정 금리를 제공해줄 IPO 주관사를 찾았지만 만만치가 않았다. 적정금리를 제공할 만한 국내 금융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판단에 상장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 무렵 KB증권 주도로 인수금융 3,300억원을 리파이낸싱하며 대출금리를 5.6%에서 3% 초반으로 낮춰 연간 60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줄였다. 제일홀딩스 상장주관사에 KB증권이 이름을 올린 것은 당연했다./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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