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인수금융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단 21곳이 딜라이브(옛 씨앤앰)의 인수금융 채무 재조정 방안에 모두 동의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7일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지난 2012년 투자한 딜라이브 인수금융의 만기 연장과 관련한 채무 재조정 방안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과 함께 막판까지 고심했던 수협은행도 이날 내부심사위원회를 열어 찬성하기로 했다. 이번 채무 재조정안은 7월29일 만기 전에 인수금융 2조2,000억원 중 8,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의 만기를 연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인수금융은 딜라이브 지분 93.81%를 보유한 국민유선방송투자(KCI)의 대출금 1조5,670억원과 딜라이브 자체 대출금 6,330억원이다. 국민연금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의 재무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출자전환의 타당성, 경영개선 계획의 합리성 등을 검토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앞으로 딜라이브의 개선 계획이 충실히 이행돼 경영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대주단과 적극 공조해 경영 수익성 제고를 통한 기금의 성과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딜라이브는 그동안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단 일부의 반대로 인수금융 채무조정안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수금융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 안팎에서 대규모 디폴트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주 KB손해보험·KDB캐피탈에 이어 국민연금과 수협은행이 인수금융 연장에 동의하면서 21개 대주단이 모두 채무 재조정에 합의했다.
대주단 합의가 완료됨에 따라 각 대주단은 출자전환 비율 등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KIC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 등은 지분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의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동의로 가까스로 인수금융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재매각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케이블TV 산업이 침체 된 상황에서 대주단과 MBK 측이 어떤 출구 전략을 마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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