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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성이 높은 나노복합재료를 제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고효율의 전기자동차나 태양광 전지 실용화가 더 앞당겨질 겁니다."
친환경 고전도성 나노복합재료 제조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ㆍ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6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중희 전북대 BIN융합공학과 교수는 "나노복합재료 제조 과정의 최대 난제였던 고전도성 유지가 이번 연구로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그래핀을 이용한 나노복합재료 제조시 강한 산성을 띠는 유해물질을 활용했다. 특히 그래핀의 나노입자 분산을 위한 표면처리 과정에서 그래핀 자체가 갖는 뛰어난 물질적 성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핀을 일반물질에 넣어 높은 전도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뭉쳐 있는 그래핀을 골고루 분산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전도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핀 자체가 갖고 있는 높은 전도성을 유지하면 다른 물질과의 결합력이 떨어지고 결합력을 강하게 하면 전도성이 떨어지는 한계에 봉착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래핀 자체가 매우 안정적인 화학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그래핀 자체가 갖는 우수한 특징을 나노복합재료 제조시 유지시키는 연구가 진행됐었다. 그래핀을 활용한 나노복합재료를 산업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특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서다.
이 교수는 기존 제조방법에서 탈피해 친환경적이면서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높은 전도성을 띠는 나노복합재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래핀이 물질 내에서 골고루 분산되는 동시에 높은 전도성도 유지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그래핀이 산화된 형태인 그래핀 옥사이드(GO)를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화학물질 중 하나인 요오드페닐기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그래핀 자체의 표면을 변화시킨 뒤 'In-situ thermal treatment(인시투법, 복합재료 제조 방법)'로 300도에서 6시간 동안 열처리를 가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가공시 그래핀의 전도성 최대 값인 320s/㎝(시멘스퍼센티미터, 전기전도도 단위)를 넘어서는 420s/㎝를 갖는 특성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420s/㎝의 그래핀을 투입한 나노복합재료는 기존 방법으로 만들어진 나로복합재료보다 무려 1억배 높은 전도성을 띤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여기에 기존의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물질도 사용했다.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신소재로서의 그래핀이 갖는 엄청난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이 교수의 연구는 그래핀 활용의 길을 훨씬 더 넓혔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나노복합재료의 높은 전도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엄청나다. 기존 전자 분야는 물론 디스플레이 분야, 태양전지 분야, 투명전극 분야, 센서 분야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또 빠른 시간 내에 큰 힘을 필요로 하는 고출력 전기자동차의 전극물질에도 나노복합재료가 쓰인다. 무엇보다 친환경적인데다 제조 공정이 간편하다는 점도 이 교수 연구의 장점이다.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는 이 교수의 신(新) 나노복합재료 제조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산업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여겨지는 3차원 그래핀을 이용한 다기능성 소재에 대한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며 "수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3년 동안 67편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상위 10% 논문집에 44편을 게재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복합재료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논문 인용지수 5.0 이상인 저널 등에도 2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인용횟수도 3년 동안 1,211회에 달해 학문적 성과에 대한 학계의 평가가 높다.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에서도 이 교수의 연구 내용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높은 가스 차단성을 가지는 '고분자/clay 나노복합재료'연구 내용은 수소연료 전지 자동차의 수소저장탱크 적용 기술로 관련 기업에 이전했다. 또 이 교수가 개발한 참숯 폴리머 제조기술은 현재 김치냉장고용 김치용기와 음식물 분리수거 용기 등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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