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북한에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ㆍ무담보 소액대출) 사업과 금융교육을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김승유(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5일 경기도 남양주 ‘하나실버카운티’ 기공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고위 금융 관계자들에게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며 “국제 금융거래, 국제 무역거래 등 실무적인 금융교육 기회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북한 체제를 인정해주면서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50~100달러를 대출해주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가 우리나라에서는 힘들지만 북한에서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빈곤층에게 무담보ㆍ무보증으로 소액을 대출해 자활을 돕는 제도로 북한 주민들이 이를 활용하면 소액으로 채소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판대 등을 만들어 소규모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는 “북한은 지난해 6월 상업은행법을 제정할 정도로 이자나 대출 등에 대한 개념이 없지만 최근 조선족 등을 중심으로 사채업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도 대출 수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북한의 금융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금융산업 수준이 너무 낮아 걱정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북한이 지난 2001년 이후 서서히 사적소유제도를 인정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금융교육의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중국 지린대학에 개설돼 있는 하나금융전문과정 등을 통해 어디서든지 금융교육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며 “북한 측은 현재 런던과 제네바에 전문가를 보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이 국가신용도 상승과 금융권의 해외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선 신용도가 중요한데 기업의 신용도는 국가 신용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남북정상회담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고 국가신용도가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북기간 중 남북 금융교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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