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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불똥에…수도권매립지·국립의대 '표류'
사회 전국 2024.12.15 19:04:40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핵심 정책도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한 지역 핵심 사업들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1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4차 공모가 지난 6월 3차 공모 무산 이후 반년 가까이 공모기간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4차 공모의 경우 올해를 넘기면 사실상 대체매립지 확보는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총리실 산하 대체매립지 확보 전담기구 설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고발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공약이지만, 탄핵정국 속에서 이행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설립도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수장의 줄사퇴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경기도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플러스(GTX G·H, GTX C 연장), 경기남부광역철도 등 40여 개 교통 인프라 사업이 국토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도록 공을 들여왔지만 사업추진 일정이 꼬인 상태다. 용인시 등 10개 기초지자체는 지난달 27~28일 폭설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지만 정부 측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의대 설립도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전남의 34년 숙원사업인 국립의대 신설이 문제다.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하고 목포대와 순천대 통합으로 급물살을 탔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개혁 정책의 동력이 상실되면서 방향을 가늠하기 조차 어렵게 됐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도 비상계엄 사태로 연내 통과가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법안은 부산 여야 의원 모두가 공동발의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27일과 28일 국회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이면서 법안의 조속한 심사와 연내 통과를 촉구한 사안이다. 특별법은 부산을 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 발전의 양대 축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을 물류, 금융, 디지털·첨단산업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특구·지구 지정과 특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교육, 생활, 세계적 문화·관광 환경 조성 등도 포함됐다. 정부 협조가 필요한 KBS 지역방송국 설립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KBS 방송총국이 없는 광역자치단체 중 인천과 충남의 강력한 요구로 법 개정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지만 탄핵정국으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들 지역은 공영방송 사각지대라는 점을 강조하며 22대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경남 현안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상황으로 정부 결정이나 국회 입법이 필요한 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경남도와 전남도가 추진하는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 제정과 같은 주요 사업들은 사실상 현 사태가 정상화되기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
‘한동훈 체제’ 5개월 만에 붕괴…국힘 또 비대위로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4.12.15 18:45:45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후폭풍이 국민의힘을 휩쓸며 한동훈 대표 지도 체제가 출범 5개월 만에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한 대표가 탄핵 가결의 책임을 묻는 당내 사퇴 요구에 직면한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는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 사퇴 직후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절차에 돌입하며 당권 장악에 나섰다. 한 대표는 16일 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자신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15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한동훈 지도부’ 해체에 따른 비대위 체제 전환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날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한 데 이어 선출직 최고위원 5명(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 전원이 탄핵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이헌승 의원은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이상의 사퇴로 궐위시 전국위 의장이 비대위 설치를 위한 후속절차를 지체없이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 7월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는 5개월 만에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한 대표는 전날만 해도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이날 입장을 바꿔 사퇴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지도부는 16일 한 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거취가 결정되면 비대위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친윤계는 차기 비대위원장 물색에 나섰다. 중진 의원들은 “혼란을 수습할 경험이 풍부한 정치가로 비대위원장을 추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선 중진인 권영세·나경원·김기현 의원에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맞섰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거론된다. 한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내 친한계의 분화와 고립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인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사의를 표하면서 한동훈 지도부 해체에 힘을 보태 사실상 한 대표와의 결별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친한계 의원들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도 거세다.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탄핵 찬성파’ 비례대표인 김예지·진종오·한지아 의원을 겨냥한 탈당 요구가 쏟아졌다. 두 차례의 탄핵안 표결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진 김 의원이 “차라리 나를 제명해달라”고 요구하자 친윤계 의원들은 “비례대표로 쉽게 국회에 들어와 당론까지 어기면서 물을 흐렸다”며 탈당을 촉구하기도 했다. 비례대표는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제명이나 출당되면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
이재명 독주 깬다…몸푸는 여야 잠룡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4.12.15 18:44:35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내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하는 ‘1강다(多)약’ 구도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인 만큼 잠룡들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안 인용을 전제로 21대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단연 이 대표다. 이 대표는 8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하며 ‘이재명 2기 체제’를 구축, 당내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현재 민주당 의원 대부분도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으로 채워져 있다. 이날 국정협의체 구성 어젠다를 띄운 이 대표는 연일 경제계·종교계·노동계와 잇달아 회담하며 사실상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10일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적합한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7%가 이 대표를 지목할 정도였다. 2위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에 불과했고 나머지 인물들도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4.4%다. 야권에서 이 대표를 견제할 인물들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 ‘신(新)삼김’이 꼽힌다. 만약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경우 빈틈을 비집고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올 초부터 호남 조직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지사는 12·3 계엄 사태 이후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의 핵심 법안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에 반대하며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독일 유학 중 계엄 사태가 터지자 즉각 귀국했다. 1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숨 가쁜 행보다. 그는 탄핵안 가결 이후 “이제는 대한민국의 ‘새 판 짜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총리도 당내 현안에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검토한 것에 대해 “하책”이라고 혹평하며 수권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핸디캡’을 안은 여당은 고심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분당 사태가 트라우마로 남은 만큼 당내 헤게모니 장악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라서다. 가장 활발히 목소리를 내는 인물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전날 탄핵안 가결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려 7건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한 대표를 겨냥해 줄곧 “사라져라”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한 대표를 비롯한 탄핵 찬성파들을 몰아낸 뒤 단일 대오로 탄핵 정국을 풀어가자는 주장이다. 앞서 탄핵 찬성 의견을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당은 이 일로 분열하지 말고 다시 뭉쳐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조기 대선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정국 흐름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제3지대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내년 1월 말 이전에 탄핵 결과가 나오면 (대선에) 못 나가고, 2월에 탄핵 결과가 나오면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년 3월 31일이 지나야 만 40세가 돼 대선 출마가 가능해지는 탓이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낙연 전 새미래민주당(옛 새로운미래) 대표는 SNS를 통해 “윤석열 이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가 더욱 본질적인 문제”라며 정치권 복귀를 시사했다. -
미국 정치 지탱하는 '갈등의 마지노선' [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국제 경제·마켓 2024.12.15 18:29:50미국의 정치 환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대외적으로 세계의 리더를 자처하던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경쟁자나 상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방법을 정치 전략으로 삼았고 놀랍게도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4년 전에는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이 일어났다. 민주주의 수호 국가를 자처하던 미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사건이다. 정치적 갈등의 강도로 따지면 미국 사회는 한국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하지만 갈등 이면의 환경은 미국과 한국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는 ‘예외주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강력하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3배 큰 선진국이 지난해 우리보다 2배 가까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현재 미국의 경제는 세계 주요 경제권이 부러워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적 비관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조차 “유럽은 박물관, 일본은 요양원, 중국은 감옥”이라며 현시점 미국 경제를 위협할 국가는 없다고 했다. 인공지능(AI)의 엔비디아, 양자컴퓨터의 구글 등 차세대 기술 혁신의 주인공이 모두 미국 기업인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 정치가 깊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번영을 이끌 수 있는 배경에는 정치 갈등에 대한 마지노선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중국 정책을 놓고 싸우지 않는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중국 기업의 미국 침공을 철저하게 차단한다. 화웨이·틱톡은 물론 중국계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미국 공군 부지 옆에 있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기업의 육성과 혁신 지원도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두 정당은 같은 편이라고 무작정 감싸지 않는다. 공화당은 자신의 혈통부터 성 정체성까지 거짓말을 하며 하원의원에 당선된 조지 산토스 의원을 지난해 제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같은 당 상원의원들의 반대 압박에 사퇴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세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우리가 갈등에 마지노선을 두고 있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미국 조야가 중국에 대해 초당적 합의를 갖고 있는 것처럼 불변할 외교 원칙이 있는가. 당리당략을 넘어선 공통의 윤리적 기준이 있는가.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수준까지 치달은 것은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야당을 국가 문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탈정치의 정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관계자 및 검찰을 향한 20여 차례의 탄핵, 나라 살림을 재물로 바치는 예산 감액 등 현 상황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감당하게 됐다. 당장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새 행정부와 협상할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뉴욕에 나와 있는 한 관료는 “새로운 지도자가 들어서기 전에 트럼프 정부가 관세 협상부터 요구하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정작 더 큰 위험은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 이후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갈등의 하한선이 없는 한 정치적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대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 따를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주요 기업들의 기술 혁신 소식도 뜸한 와중에 갈등과 증오의 정치가 지속된다면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무한 갈등을 마다하지 않는 한국식 정치 문화의 대가는 위기의 무한 반복일 뿐이다. -
[영상] 탄핵 대신 '파면' 외친 시민들…헌재까지 '다만세' 부르며 행진 [르포]
사회 사회일반 2024.12.15 18:23:51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하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15일에도 거리를 환하게 비췄다. 전날까지만 해도 ‘탄핵’을 외치던 참가자들은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이날부터는 구호를 바꿔 윤 대통령의 ‘파면’과 ‘체포’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윤석열 체포 김건희 구속 촛불대행진’을 진행했다. 당초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불허 통보를 받아 이날만은 부득이하게 인근 다른 장소를 택하게 됐다. 강풍이 몰아치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이날 집회에는 7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헌재의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핫팩과 장갑으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전날 탄핵소추안 가결 순간의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박수갈채를 보내면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살면서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는 고등학교 3학년 이 모(19) 씨는 “공이 국회에서 헌재로 넘어가면서 관심이 식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끝난 게 아니”라며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 집회에 참여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최 모(27) 씨도 “국회가 ‘1라운드’라면 헌재가 ‘2라운드’”라며 “2라운드를 깰 때까지 다들 꾸준히 집회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약 90분간의 집회를 마무리한 뒤 오후 4시 30분께부터 헌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힘차게 행진한 이들은 헌재 인근의 안국역 1번 출구에 도착해 자유발언을 한 뒤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탄핵 찬성 시민들은 오는 16일부터는 광화문 등 헌재 인근으로 근거지를 옮겨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의도 촛불집회를 주최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16일부터 오후 6시 광화문 앞에서, 촛불행동도 같은 날 오후 7시 헌재 앞에서 매일같이 집회를 열 계획이다. 탄핵 반대 측인 ‘대한민국살리기운동본부(대국본)’도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만큼 한동안 양측의 불편한 조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30대 엄 모 씨는 “보수단체들과 주무대가 겹쳐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가 질서를 잘 지켜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민주당, 점령군이 돼선 안된다 [여명]
사회 사회일반 2024.12.15 18:20:01다시 탄핵의 시간이 왔다. 8년 만이다. 온 국민의 시선이 헌법재판소로 다시 쏠릴 일이 이렇게 빨리 올 줄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고 심판대에 올랐다.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2021년 6월 29일 이후 1264일, 대통령이 된 지 950일 만이다. 입만 떼면 ‘법치’를 부르짖던 지도자가 한순간에 헌법을 유린하고 독재의 길을 선택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2시간의 계엄’으로 취임식 때 공언한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았다. 국민들의 피땀으로 일궈놓은 민주주의의 시계도 45년 전으로 되돌렸다. 윤 대통령의 힘이 거세당하면서 권력의 시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탄핵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무혈입성’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즘 국회에서 진행 중인 12·3 비상계엄 진상 조사를 위한 상임위원회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계엄군과 국무위원들을 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핏발 선 다그침을 보면 마치 ‘인민재판’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을 주도하고 동조했다면 그게 누구든지 간에 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야당이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점령군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불안하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04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자마자 이 대표는 “1차전의 승리”라고 외쳤다. 자칫 이제는 대중의 힘으로 헌재를 압박하겠다는 말로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지 않은 여당 의원과 ‘탄핵 반대’를 외친 보수 단체들은 모두가 처단돼야 할 ‘적’인가. 8년 전 탄핵 열풍을 타고 권력을 거머쥔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적폐청산’을 국정 키워드로 삼았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공직 및 시민사회에서도 국정 농단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이들은 모두 타도 대상으로 내몰렸다. 이후 정치와 사회는 극단의 분열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니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비상계엄은 분명 잘못됐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가뜩이나 힘든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에 따른 법적 해결의 책임은 이제 수사기관과 헌재를 포함한 법원의 손에 넘어갔다. 그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믿는다. 정치권이 할 일은 우선 사회 분열과 경제 혼란을 막는 것이다. 또 안보의 핵심인 군을 정상화하고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제도적 개선을 고민하는 일이다. 벌써 진보와 보수 단체들은 광화문에 모여 헌재의 탄핵 심판이 나올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태세다. 길게는 180일간 이러한 대결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걱정되고 두렵다. 민주당이 진정한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고 이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책임을 느낀다면 분열을 조장하기보다 통합과 치유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갈등의 조정자로서 국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계엄 해제안과 1차 탄핵안 투표에 불참하고 2차 탄핵안 투표에서도 반대표를 던져 세 번의 죄를 지은 96명의 여당 의원들은 국민이 기억할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탄핵 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상처 치유에 최선을 다하겠다” “화합의 첫 출발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부디 허언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현 정부가 출범한 뒤 2년 반 동안 진행된 4대 개혁을 비롯해 필요한 경제·산업 정책들은 지속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에 필요한 것이라면 ‘거야’인 민주당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불법 계엄은 190명의 의원이 2시간 만에 되돌릴 수 있었지만 한 번 망가진 경제를 회복하려면 2년, 아니 20년도 모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전장에서 적장을 사로잡았다면 그 수하들에게는 아량을 베푸는 장수가 큰 인물로 칭송받았다. 통합과 미래를 위한 리더십이다. 비상계엄에 대한 탄핵과 법적인 판단은 이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몫이다. 정치권은 국민의 일상을 정상화하고 늪 속으로 빠져가는 경제 회복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
"내년 IMF급 환율 불안…1400원대 당분간 유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2.15 18:05:16한국의 거시·금융 전문가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에도 크게 훼손된 대외 신인도의 근본적 변화와 정책 마비 등 불확실성에 환율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1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외환 전문가 상당수는 1400원 대의 원·달러 환율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수출 증가율 둔화 및 경기 전망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정책 등 원화 약세 요인이 산적했던 만큼 깜짝 반전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원·달러 연평균은 역대 최고치였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1396원)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탄핵 가결로 되돌려질 수 있는 환율 수준은 5원 안팎뿐”이라며 환율 상방 압력에서 대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내 요인은 부수적이라는 평가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도 미중 무역 분쟁 가능성에 따른 위안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50원 이상으로도 높아질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한국 수출에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한다면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이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위원은 “다가오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목표 금리가 높아질 경우 미국 장기물 금리도 올라가고 이에 달러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내외 변수에 원화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취약해진 경제 펀더멘털에 근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약해진 경제 펀더멘털 때문에 해외로 투자자가 이탈하고 트럼프 불확실성에도 크게 노출되는 것”이라며 “올해 3분기부터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하기 시작했고 경기 하방 압력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아 트럼프가 취임하는 내년 1분기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안 가결로 인해 경제가 급히 살아나고 환율이 크게 안정될 것으로 보기는 무리”라며 “앞으로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 그리고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당분간 관망세 심화…공급대책도 불투명
부동산 정책·제도 2024.12.15 18:04:22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치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거래량이 반등하기 어려워 당분간 상승 모멘텀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9200여 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정부의 대출 규제가 본격화한 9월부터 확연히 줄고 있다. 9~10월 두 달 연속 3000건대로 쪼그라들었고 11월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정국까지 겹쳐 ‘조기 대통령 선거’ 여부와 시기가 결정되기 전까지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아파트 거래량은 단기간 뚝 떨어졌다. 2016년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 3467건이었으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2월에는 9654건, 이듬해 1월에는 4627건으로 내려앉아 석 달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거래량이 반등하기는 힘들고, 매매 가격도 보합이나 약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은 입지가 좋은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만 청약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표 부동산 정책은 추진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는 모두 법 개정 사항인데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추진하기 쉽지 않다. 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지도 장담을 못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 상승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올 8월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8·8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야당이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향후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택·교통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등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4일 비상간부회의를 개최하고 “주거 안정과 교통 서비스 혁신 등 민생과 직결된 정책들은 국민과의 약속대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주요 정책 발표와 회의는 계획된 일정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포퓰리즘적 현금 퍼주기 지양해야"
경제·금융 정책 2024.12.15 17:57:4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현금 살포 지원 정책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지급하자는 야당의 법안에 대해 국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전문가들은 정국 주도권을 야당이 쥐더라도 포퓰리즘식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같은 법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 복지를 강조해왔다는 데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그간 정부는 선별 복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정부의 견제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에서도 기존처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정 상태와 경제 여건을 고려한다면 선택적인 재정 확장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특히 보편 현금 지원은 이전지출 성격이 강해 국내총생산(GDP) 증진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해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5년간의 누적 이전지출 승수는 0.31로 정부소비(1.01)나 정부투자(1.22)에 비해 낮다. 이전지출로 100원을 투입하면 GDP가 31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의미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대학 교수는 “재정 정책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반도체처럼 기존에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군에 집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취약 계층 지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기획재정부가 재정 파수꾼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
불어난 대기성 자금만 16조…불확실성 줄어 '머니무브' 촉각
경제·금융 은행 2024.12.15 17:56:27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정국 혼란이 일단 수습되면서 금융권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등을 돌렸던 외국인이 돌아오며 환율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정국이 불안정한 만큼 금융권은 주말에도 비상 회의를 개최하며 향후 경영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최악은 피했다”…금융시장 안정 기대감 커져=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의 국회 통과로 그동안 커졌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탄핵안 가결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는 탄핵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만약 탄핵안이 부결됐다면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너무 많고 불확실성이 장기화했을 것”이라며 “국정 공백이 최소화되고 예상된 시나리오로 정국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상계엄, 해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해외투자가들의 불안이 컸다”며 “탄핵안 통과로 정국이 안정되면서 향후 예정된 일정들을 설명할 때도 설득력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환율 모니터링 지속…외화 유동성 관리에 총력=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는 탄핵안이 가결된 주말에 일제히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유동성 리스크를 포함한 리스크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다. 특히 환율 변동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원화 및 외화 자금시장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단위로 움직일 때마다 각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미치는 영향은 1~3bp(bp=0.01%포인트) 수준으로, 현재까지 유동성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면서 주말에도 평일과 동일하게 비상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실시간 시장 모니터링과 핫라인 체계를 통해 급변하는 유동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은행권 자본 비율 관리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스트레스 완충 자본 도입 유예 등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올해 말부터 17개 국내 은행과 8개 은행 지주회사에 대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추가 자본인 스트레스 완충 자본 적립을 의무화할 계획이었지만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보험 업계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보험 업권의 경과 조치 활용을 적극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경과 조치란 킥스 비율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신규 위험액 측정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조치다. 경과 조치를 신청하면 킥스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져도 적기 시정 조치(제재)를 최대 5년간 유예받을 수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기존에도 높았는데 계엄 사태 이후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며 “금리 하향 압박이 심화하면서 많은 보험사가 경과 조치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6조 불어난 요구불예금…투자처 찾아 ‘머니무브’할까=갈 곳을 잃고 대기하던 자금들도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되면서 투자처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5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이달 3일 600조 2615억 원에서 12일 616조 3379억 원으로 2주도 안 돼 16조 원 넘게 늘었다. 탄핵 직후인 4일에는 하루 만에 8조 원대나 급증했고 12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상승세를 이어왔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으로 이자율은 연 0.1% 수준으로 매우 낮지만 언제든 꺼낼 수 있기 때문에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는 개인 예금은 주로 주식시장·가상자산·펀드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고 기업 자금은 정기예금 같은 안전한 투자처로 움직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국내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미국 주식·국채 등에 대한 투자가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잠시 투자처에서 돈을 빼려는 수요가 늘어 요구불예금 규모가 커졌던 것”이라며 “심각한 불확실성은 없어진 만큼 이제 다시 재테크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증시 최악 피했지만…盧·朴때와 달리 반도체 등 특수는 '실종'
증권 국내증시 2024.12.15 17:55:36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금융투자 업계 곳곳에서는 일단 최악의 불확실성은 피하게 됐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탄핵 정국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 주요 기업 실적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중국발(發) 반도체 공급과잉, 고환율 등 탄핵 정국 전부터 산적했던 악재 탓에 국내 주식시장이 당분간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15일 대다수 전문가들은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로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그나마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은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헌법재판소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로 탄핵 인용·기각 여부를 결정하고 인용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는 일정을 인지하게 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도 코스피지수가 당장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탄핵안 가결을 이미 예상하고 주가에 선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코스피는 13일 2494.46으로 장을 마치며 비상계엄 사태 전인 3일 수준(2500.10)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코스닥은 693.73으로 사태 전 수준(690.80)을 이미 넘어섰다. 두 지수는 10일부터 나흘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은 이미 탄핵 이후의 국면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세 문제, 개별 기업들의 위기 타개 능력 등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에 탄핵소추안 통과가 지수의 바닥을 지지할 수는 있어도 끌어올리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탄핵이 부결됐을 경우에는 큰 혼란이 잇따랐겠지만 소추안이 통과된 것 자체가 새로운 호재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현 시장 상황이 중국 수출과 반도체 특수 등이 경기를 떠받쳤던 과거 탄핵 국면 때와도 명확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둔화하는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반도체 업황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 초기 단계여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어도 설비투자가 10~20% 넘게 증가했다”며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를 두고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들어와 2004년 세계 공장으로서 한창 활기를 띠던 시기”라며 현재 증시가 더 불리한 국면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수급 측면에서 반전의 계기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를 1조 3430억 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이미 국내시장에서 발을 뗄 채비를 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 기간 9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국내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 국내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기관투자가들도 코스피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주가 바닥론’에 기대 움직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기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에서 1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유지하며 총 3조 8524억 원을 사들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과거 금융위기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85배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탄핵 국면 이전에도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를 떠나는 개인투자자들이 탄핵소추안 가결만으로 곧바로 돌아올 가능성도 낮게 봤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인 3일 83조 8355억 원에서 11일 86조 3067억 원으로 2조 4712억 원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3일 49조 8987억 원에서 11일 52조 9228억 원으로 3조 241억 원 더 증가했고 국내 초단기채권 펀드 설정액도 같은 기간 32조 1848억 원에서 33조 4670억 원으로 1조 2822억 원 증가했다. 개인들이 위험자산 투자를 지양하고 보유 자금을 대거 현금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눈이 당분간 탄핵 정국보다는 환율과 금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했다. 당장 18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여부와 18~19일 일본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가 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구체화되고 올 4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1분기에야 주가가 구체적인 방향성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상목 "내년 경방 연내 발표…외투기업 인센티브 강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2.15 17:55:10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외국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어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경제팀은 현 상황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섰다”며 “국회와 적극 소통하면서 경제의 안정적 관리 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기본법, 전력망특별법 등을 거론하면서 “산업의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법안들이 연내 최대한 처리되도록 산업계의 목소리를 정성껏 국회에 설명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5년 경제정책방향도 연내 발표할 것”이라며 △대외신인도 유지 △통상 불확실성 대응 △산업 체질 개선 △민생 안정 등의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국민과 우리 기업은 물론 외국인 투자 기업의 경제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대외건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경제설명회(IR)를 개최하고 국제금융 및 국제투자협력 대사를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어려움을 원스톱으로 해결해 줄 ‘범정부 옴부즈만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또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민관 합동 회의로 확대 개편해 실행력을 높이겠다”며 “반도체, 항공·해운 물류에 이어 석유화학·건설 분야 경쟁력 제고 방안도 바로바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내년도 예산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되도록 내년도 상반기 신속 집행 계획도 곧 발표하겠다”며 “취약 계층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과감하게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대외관계장관 간담회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도 연달아 개최했다. 최 부총리는 “대외관계장관 간담회를 정례화해 경제 협력과 통상 현안, 공급망 안정성을 점검, 즉각 대처하고 종합적인 대응 전략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
"4대개혁 멈추면 사회적 부담 커져…불확실성 크더라도 불씨 이어가야"
산업 산업일반 2024.12.15 17:54:18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연금·노동 등 이른바 4대 개혁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무를 이어받았지만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대 개혁은 정권과는 무관한 구조개혁 과제로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정국 불확실성에도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탄핵 등 정국 불확실성을 이유로 구조 개혁을 미룬다면 그만큼 사회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5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 개혁 추진을 위해 4월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산하 4개 전문위원회 논의가 줄줄이 미뤄졌다. 정국이 혼란해진 데다 계엄 포고령에 담긴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의료계가 잇따라 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의개특위는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을 담은 1차 실행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연말에는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2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불투명해졌다. 의료계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의료 개혁과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연금 개혁은 이미 계엄과 탄핵 사태 이전에도 지지부진했다. 정부가 9월 보험료율 인상(9%→13%)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담은 단일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서는 논의 형식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 개혁은 법 개정 사안이라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탄핵 정국에서 논의가 첫발을 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노동 개혁 역시 난제 중의 난제다. 양대 노총 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다가 계엄 사태 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사회적 대화가 멈추면서 연내 수립이 목표였던 ‘계속고용 로드맵’도 미래를 알 수 없게 됐다. 만일 어렵게 로드맵이 마련돼도 여러 법 개정이 필요한 점도 문제다. 국회가 탄핵 정국을 수습하는 데 집중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합치시켜야 하는 만큼 손대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4대 개혁의 경우 정권과 무관한 구조 개혁 과제인 데다 시급한 필요성이나 기본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정국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연금 개혁은 개혁의 시간이 늦어질수록 개혁으로 져야 하는 부담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의료 개혁은 이른바 정부를 타는 정책이 아닌 만큼 정부안이 만들어지면 차후 의사 결정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서라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계속고용 등 중요한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 국민적인 기대가 큰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엄중함을 볼 때 사회적 대화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
"野 상법개정 강행 땐 초대형 위기…민생 현안에 힘 모아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2.15 17:53:21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제 정치권이 그동안의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문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입법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당이 입법 독주에 몰두하는 대신 경제 현안에서 정부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 정치 구조로는 경제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한 만큼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15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제는 탄핵 이후 국회의 플랜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견제에 초점을 둬왔다면 이제는 수권 정당으로서 민생에서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경제수석은 “야당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며 “정부가 열심히 일해야 하겠지만 정치인들도 위기 상황에서는 관료들의 고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야당은 최근에도 탄핵 정국이 안정되면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면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며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위기의 양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야당은 이를 밀어붙인다는 계획을 바꾸지 않고 있다. 국회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면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야당의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은 이 법이 발의되면 고객사 리스트 같은 영업기밀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야당 주도로 통과시킨 예산안 자동 부의 폐지안(국회법 개정안)도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질 수 있어 논란거리로 꼽힌다. 한국경영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미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처럼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해왔던 산업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규제 완화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상계엄 사태를 전후로 막힌 경제 육성 관련 입법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경제 관련 법안만 1700여 개에 달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고비를 넘은 만큼 경제 관련 법안 처리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계속해서 국회에서 법률 심사가 차질을 빚어 정책 담당자를 흔든다면 그것이 더 큰 리스크일 것”이라며 “경제 앞에 여야 구분이 없다”고 주문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만 해도 현재 전 세계 국가 대항전”이라며 “반도체 업체에 주 52시간 근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라고 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제 개편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실제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 평가를 없애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부자 감세’라는 야당 반발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산취득세 전환도 당분간 논의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관세청장을 지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여러 세제 개편안이 미뤄졌는데 특히 배우자공제 확대를 비롯한 상속세 개편은 재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기업의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현재보다 5%포인트 높이는 안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조적인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경제문제는 정치 문제에서 기인한 만큼 정치로 풀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국회를 견제하는 수단도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정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야당이 국정을 틀어쥐고 있는) 현 시스템 아래서는 조세와 금융·경제·통화정책에 다 한계가 있다”며 “다소 진통을 겪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개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계엄 헌법요건 충족 여부’가 쟁점…국무회의 절차 준수도 따져볼듯
사회 사회일반 2024.12.15 17:52:1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운명을 가를 180일 동안의 대장정에 돌입하면서 우선적으로 법적 잣대를 들이댈 부분은 ‘12·3 비상계엄’의 위법·위헌 여부다. 헌재는 비상계엄이 헌법상 요건을 충족했는지와 함께 선포·해제 절차와 포고령의 위법성까지 꼼꼼히 따져볼 수 있다. 헌재가 심판 준비, 변론 기일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기각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으나 과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형사소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데다 헌재가 불완전한 ‘6인 체제’로 운영되는 등 심리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 까닭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를 국회로부터 접수한 데 따라 탄핵 심판에 본격 돌입했다. 올 들어 청구된 탄핵 심판에 따라 사건 번호를 ‘2024헌나8’로 부여했다. 헌재는 16일 재판관 회의를 시작으로 △무작위 전자 방식에 따른 주심 결정 △증거 조사 담당 재판관 2명 지명 △법리 검토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후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심판 준비 기일과 변론 기일의 절차를 거친다. 심판 준비 기일의 경우 탄핵 심판 절차를 효율·집중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당사자의 주장·증거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실시한다. 헌재는 심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증거 조사는 물론 자료 제출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모든 조사·변론 과정이 끝날 경우 헌재는 양측의 최종 의견 진술을 거쳐 인용·기각 등 탄핵 심판에 대해 결정한다.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 효력은 선고 즉시 발생한다. 이들 과정에서 헌재가 예의 주시하는 법적 쟁점은 네 가지다. 우선 12·3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직무에 위배되는지를 우선 판단할 수 있다.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한지도 함께 따져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국회 본회의서 가결된 탄핵소추안에서 비상계엄을 내란 및 ‘친위 쿠데타’에 해당하는 행위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상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행정절차에 대한 위법성 역시 헌재가 살펴볼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국회에도 포고령 선포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아 헌법상 필수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 주요 탄핵소추 사유다. 헌재는 포고령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또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의 원칙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정하는 헌법의 주요 원칙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인용·각하 등 판단의 ‘공’이 헌재로 넘어왔지만 제대로 심리에 가속을 붙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선 두 차례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때와는 전체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탄핵 심판 절차가 수사·기소와 동시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되면 헌법재판소법 51조(심판 절차의 정지)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될 시에는 재판부가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심리 절차 자체가 멈출 수 있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각 선고까지 63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인용 결정까지는 91일이 걸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기소될 시에는 법정 시한(180일)을 넘길 수 있다. 현 6인 체제로 현직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기가 헌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당시 헌재는 각각 9인과 8인 체제였다. 법률상 심리·의결이 가능한 정족수였으나 현재는 9명 재판관 가운데 3명의 자리가 공석이다. △법률 위헌 △탄핵 △정당 해산 등의 결정에 대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위헌·탄핵 등의 심리를 위해서는 최소 7명이 있어야 한다. 이에 헌재는 “재판관 공백으로 심판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임시방편적 조치로 변론·심리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향후 절차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기에 여야가 신임 헌법재판관 추천에 나설 수 있는 만큼 헌재가 최종 판단을 9인 체제 출범 이후로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관이 추가 선임될 시에는 헌재의 진보·보수 구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재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정형식·김복형·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4명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이 내년 4월 18일 임기가 종료돼 시일이 다소 촉박하다는 점은 신임 헌법재판관 선임과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심판 절차 진행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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