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효율적인 게임 기반의 학습 모델

각종 게임에 기반한 수업 통해 디지털 신세대 학생 가르쳐

11살 먹은 소년이 랩톱의 키를 미친 듯이 난타한다. 그는 스크린 속의 미궁을 헤매 다니며 적들을 무찌른다. 하지만 적들은 주인공이 미궁을 탈출하기 전에 쓰러뜨렸고 게임은 끝났다.

좌절한 소년은 게임의 재(再)프로그래밍 창을 열어 중력 설정을 조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적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미래의 미국 학교에서는 이 같이 게임을 이용한 방식으로 수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방식의 수업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지난해 9월 맨해튼에서 문을 연 디지털 키즈를 위한 학교(The Quest to Learn school)에 처음 들어온 6학년생들은 거의 모든 수업을 비디오게임을 통해 받고 있다.

이는 장차 첨단기술자가 될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고취시키고 그에 필요한 준비를 갖추게 하려는 교육전략에 기초한 것이다. 탁구 게임인 '퐁' 이후 모든 비디오게임은 적어도 수 시간 동안 학생들을 집중시킨다는 측면에서 교사들을 훨씬 능가해왔다.

디지털 키즈를 위한 학교의 주요 설계자인 케이티 살렌은 이렇게 말한다. "게임은 아이들의 의욕을 돋우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아이들은 복잡한 문제에 빠져 실패를 거듭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합니다." 그녀는 현재 게임 디자이너이자 뉴 스쿨 대학의 게임 기술 교수이기도 하다.

그녀도 알고 있다시피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려운 문제를 마주치면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국학력평가에서 8학년 응시자의 3분의 1만이 수학과목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살렌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아더 재단의 후원을 받아 3년 전 플레이 연구소(the Institute of Play)를 차렸다. 비영리기구인 이곳에서는 게임 개발자들과 교육 전문가들이 협력해 교육을 주제로 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뉴욕시 교육청과 제휴해 디지털 키즈를 위한 학교를 열었다.

지난해 들어온 72명의 신입생들은 4개 그룹으로 나뉘어져 하루에 5개 과목을 돌아가며 배운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코드월드', 사회와 영어를 가르치는 '존재·우주·장소',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만물의 원리', 게임 디자인을 가르치는 '마음의 스포츠', 보건과 체육을 가르치는 '건강관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힘들게 풀지 않는다. 그 대신 협력해서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 뉴욕 주 커리큘럼에서 제시하는 교육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인간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서 쓸모가 있는 지식을 가장 잘 배운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학교의 교육방침은 그 같은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고대 그리스에 대한 지식을 달달 외울 때보다 게임에서 아테네에 침투, 정보를 빼 오는 스파르타 스파이 역할을 맡을 때 그리스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보통 6학년생들이 정수를 정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정수를 정의해야 암호풀기 게임을 할 수 있다. 다른 학급에서는 게임 속에 나오는 트로글이라는 생명체를 도와 무거운 물건을 나른다. 이를 통해 가장 적은 힘으로 물건을 나를 수 있는 경사로의 각도를 알게 된다.

이 학교의 수학 및 과학담당 교사인 아미르 무라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 이상으로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합니다."



전문가들 역시 게임을 학습에 적용하면 수업능률이 오르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참여도 역시 높아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일반적으로 읽기, 듣기, 보기 등의 방법을 통해 배우는 학생들은 전체 내용의 30% 정도 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직접 경험을 하게 되면 90%까지 기억한다고 한다. 그런데 게임은 경험을 통한 반복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반복해서 도전하도록 만드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려면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 역시 게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수학시간에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수학자라는 역할을 수행하게 만드는 것. 이렇게 하면 공식 같은 단순한 암기를 지양하고 스스로 문제를 푸는 과정을 중시하게 된다.

이는 외국어 수업도 마찬가지. 즉 외계인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을 하게 되면 학생들은 선생님 역할에 빠져드는 등 목적의식이 생겨 한층 효율적인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디지털 키즈를 위한 학교는 게임 디자인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이기도 하다. 살렌은 게임 디자인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복잡계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생물정보학 등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학문 분야에 뛰어들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의 계획은 매년 더 많은 6학년생들을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고등학교 과정에까지 게임 기반의 학습 모델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학교의 학생들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표준시험을 봐야 하지만 교육자들은 이 같은 교육방식에 큰 감명을 받았다. 뉴욕시 교육청 부장인 그렉 베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학습의욕을 증진시킬 새로운 교육방식이 필요합니다."

살렌은 게임 기반의 학습 모델이 발생시킬 위험을 보완할 조사도 실시했다. 첫 신입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이 같은 교육방식이 학생들을 실제 세계에서도 성공하도록 준비시켜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키즈를 위한 학교는 적어도 한 가지 영역에서만큼은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이 방식을 좋아한다. 나딘 클레멘츠라는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디지털 키즈를 위한 학교는 재미있어요." 그렇다면 그가 이 학교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업이 끝나는 거예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