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이 정부와 조선업계의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최근 한화오션이 원·하청 근로자에게 동일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협약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계약 관계에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인 만큼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내년 1월 초 한화오션과 협력사협의회,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 등 관계자들과 함께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협약(MOU)’을 체결한다.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고질적인 조선업 현장의 원·하청 격차 구조를 손보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기조인 만큼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1일 고용노동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한화오션이 원·하청 성과급을 동일하게 지급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된 것과 관련해 이를 명문화하고 업계 전반으로 이를 확산시켜나가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국내 조선사들은 원청 직원과 협력사 직원에게 다른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예컨대 한화오션은 올해 직원에게 기본급의 1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지만 협력사 근로자에게는 그 절반인 75% 수준을 지급했다. 하지만 내년 2월께 지급되는 성과급은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비율인 기본급의 150%를 일괄 적용해 지급하겠다는 것이 한화오션의 입장이다.
노동계도 정부의 방침을 지원하듯 연일 조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24일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한화오션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언론플레이만 할 것이 아니라 조선하청지회와 단체교섭 자리에 마주 앉아 지급 대상과 방식 등에 성실히 교섭하라”고 주장했다.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최근 한화오션에 ‘성과급 동일 지급’을 담은 6대 차별 철폐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화오션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한화오션뿐만 아니라 국내 조선업계 전반으로 ‘성과급 동일 지급’을 확대해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원·하청 성과급 동일 비율 지급의 전면적 확대 △근속·국적·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철폐 △하청노조와의 즉각적이고 성실한 교섭 △이주노동자에 대한 모든 성과급·복지 차별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한화오션의 결정이 일회성 선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과 정부가 이런 내용을 담은 협약을 맺기로 하면서 조선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칫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조선 업체들에는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는 만큼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고 정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은 조선사들이 어쩔 수 없이 ‘성과급 동일 지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선제적으로 시작한 만큼 다른 조선사들은 이를 어쩔 수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중소형 조선사들의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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