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울산 미포·경북 포항·충남 서산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한국전력공사의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싼 가격으로 전기를 구매할 길이 열렸다. 다만 전력직접거래(PPA) 대상이 300메가와트(㎿)급 열병합 발전소로 제한돼있어 실제 비용 경감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면으로 진행된 제37차 에너지위원회 심의 결과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경북 포항, 충남 서산이 분산특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지정된 경기 의왕·부산 강서, 제주, 전남과 함께 총 7곳이 분산특구가 됐다.
분산특구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를 활성화하고 미래 전력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도 재생에너지는 전력 수요자에게 전기를 직접 파는 PPA 거래를 할 수 있지만 분산특구에서는 사전 심의만 받으면 모든 발전원이 PPA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번에 지정된 세 곳 중 울산 미포와 서산은 PPA 거래를 활용해 다양한 요금제를 실험하는 ‘수요유치형’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와 충남 서산시 대산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석유화학 기업들에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석화 업계는 정부에 전기 요금 인하를 꾸준히 요구해 왔는데 이를 실현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당장은 분산특구 선정으로 인한 석화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 미포와 충남 서산 모두 전력직접거래 대상이 300㎿급 지역 열병합 발전소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설비용량 300㎿ 발전소는 하루 24시간 일 년 내내 100% 가동할 경우 2628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석유정제·화학제품·고무·플라스틱 제품 생산 기업이 사용한 전력은 6만 4171.5GWh에 달한다. 두 발전소를 최대한 활용해도 석화 업계 소비 전력의 8.2% 가량만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열병합발전소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LNG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과의 격차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석화기업은 전남도 전체가 분산특구로 지정됐음에도 값싼 전기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정 당시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안만 심사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분산특구의 특례는 에너지위가 정한 지역 내에서 사전에 심사받은 행위에 한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정으로 PPA가 허용된 열병합 발전소의 전기가 모두 석화기업에만 공급되는 것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울산은 100㎿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지역에서 만든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전기를 사용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인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에서 발생하는 영하 162℃의 냉기를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한다는 것이 울산시의 구상이다.
서산시 역시 PPA 계약으로 벌어들인 전력 판매 수익의 일부를 인근 지역의 태양광 보급과 노후 변압기 교체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에너지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포항은 미래 산업을 선점하는 ‘신산업 활성화’ 유형으로 분산특구에 선정됐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든 40㎿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 연료전지로 인근 이차전지 기업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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