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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달러선물 달달하네”…외환당국 개입 직후 1.6兆 ‘역대 최대 숏’[마켓시그널]

外 달러선물 1조 6406억원 역대 최대 순매도

"행동으로 대응" 경고에 환율 33원 급락 마감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3.8원 내린 1449.8원으로 3년 1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했다. 연합뉴스




외환 당국의 초강력 구두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선물 시장에서 역대 최대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금리나 경제지표 등 통상적인 시장 변수보다 정부의 개입 메시지가 외환시장 포지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 달러선물 시장에서 하루 만에 1조 6406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이 달러선물 시장에서 하루 1조 원 넘게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역대 8번째다. 이 가운데 네 차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증폭됐던 시기에 발생했다. 달러선물 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향후 환율이 내릴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원화 강세에 대비하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종전의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은 지난해 8월 19일로, 당시 순매도액은 1조 5821억 원이었다. 당시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 달인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한국은행은 8월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이에 같은 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334.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월 21일(1322.4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기준 종전 일일 최대 순매도액은 1조 3537억 원(역대 세 번째)으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4월 4일에 나타났다. 당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2.9원 내린 1434.1원을 기록해 올해 2월 26일(1433.1원)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수개월간 이어져오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헌재의 결정으로 일부 해소되면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외국인 순매도는 금리 기대감이나 시장 이벤트가 아닌, 외환 당국의 개입 발언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시장 반응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외환 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 발언 직후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로 달러선물 매도에 나섰다는 점에서, 정부 메시지가 포지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날 외환 당국의 발표 직후 원·달러 환율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4.9원에 출발해 장 초반 연고점(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84.1원, 장중 고가 1487.6원)을 위협했으나, 개장 직후 외환 당국이 강도 높은 구두개입에 나서자 20원 가까이 수직 하락했다. 이후 낙폭을 키우며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날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에 마감했다. 이는 11월 6일(1447.7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당시에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가 확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했다. 이번 하락 폭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었던 4월 4일(32.9원)보다도 컸다.

외환 당국은 최근 환율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특히 전날에는 발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개장 전 언론에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경계심을 자극했다. 김 실장은 현재 외환시장 상황을 여울목에 빗대며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 대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놨다. 외환 당국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경고를 던졌다.

이어 오전에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략적 환 헤지를 개시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구두개입을 넘어 실제 달러 매도 개입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개입은 외환 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매도해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조치다. 한 외환시장 딜러는 “환율 흐름을 감안하면 당국이 약 20억 달러 안팎의 물량을 출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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