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정책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재무 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는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 관세는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며, 최종소비재 수출기업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관세 부담을 떠 안게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자동차, 기계 장비, 금속제품, 석유화학 업종의 올해 말 이자보상배율이 작년 말보다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총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낸다.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한은 관계자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기계장비는 수출 감소로, 금속제품 및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 과잉 및 수출 부진으로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또 미국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수출기업들의 유동성 대응 능력이나 차입 구조 안정성이 이미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대응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 비율과 현금성 자산 비율 등은 2022년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주요 수출업종 전반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단기 차입금 비중도 금속제품,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 업종에서 상승했다. 시장성 차입금 비중의 경우 대체로 큰 변동은 없었지만, 석유화학 업종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수출 업종에 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기업 대출 중 주요 수출 업종 비중은 올해 3분기 말 16.9%, 이자 지급 능력 하락이 예상되는 4개 업종은 12.5%로 각각 집계됐다.
한은은 "일부 수출 업종의 신용 위험 확대가 부각될 경우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위축되고 차환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유동성 리스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기관 복원력과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미국 관세정책으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의 재무 건전성 저하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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