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의 어느 날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이던 청년 기업가 일론 머스크에게 수표가 배송됐다. 표시된 액수는 무려 약 2200만 달러. 그가 4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차린 벤처기업 ‘집투(Zip2)’의 경영권을 팔고 받은 대금이다. 그는 그해 3월 1200만 달러를 투자해 엑스닷컴이라는 온라인 금융사를 세우는 등 모은 돈의 대부분을 재창업에 썼다. 엑스닷컴은 이듬해 경쟁사 페이팔과 합병됐고 페이팔은 다시 2002년 전자상거래 회사 이베이에 매각돼 머스크는 약 1억 8000만 달러를 벌었다. 그는 이 자금 전액을 스페이스X·테슬라·솔라시티의 설립에 투자했다.
억만장자 머스크의 자산이 급증하면서 1조 달러 이상 자산가가 탄생하는 ‘조만장자(trillionaire)’ 시대 개막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의 개인 재산은 포브스의 ‘억만장자 인덱스’를 기준으로 19일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외신들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회장,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도 잠재적 조만장자 후보로 꼽는다. 이들의 특징은 인생 목표를 세상의 혁신에 두고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회사 인근 방 3칸짜리 작고 소박한 주택을 임대해 살면서 인류의 화성 진출을 이루기 위해 휴일도 잊은 채 일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평생 모은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어 민간 주도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다. 암바니 회장은 인생 목표가 돈벌이가 아니라 수십억 명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확보에 매진해 왔다.
우리나라에도 억만장자들은 있지만 조만장자 문턱을 넘을 기업인이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인도처럼 도전적 기업인의 성장을 뒷받침할 혁신적 자본시장, 신기술 규제를 과감히 푸는 정부·국회,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를 열어가려면 혁신 기업인들이 맘껏 도전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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