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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결제 가능합니다"…현금왕국에 퍼지는 JPYC

'현금 왕국' 日의 변신

엔화 코인 10조엔 발행 목표

결제 수수료 1엔·즉시 정산 장점

전국 편의점 결제망도 조만간 구축

21일 도쿄 오테마치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장인 다나카 유토(25)씨가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JPYC를 충전해 커피 값을 결제하는 모습. 신중섭 기자




21일 일본 도쿄 비즈니스 중심지인 오테마치의 한 스타벅스 매장. 손님들로 붐비는 계산대 앞에서 20대 회사원 다나카 유토 씨는 커피 값을 결제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삑’ 소리와 함께 결제가 끝났다. 흔히 쓰는 간편결제 서비스 같지만 실제로는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JPYC’를 충전해 커피 값을 지불했다. 다나카 씨는 “JPYC 결제 후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속속 올라온다”며 “가상화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신용카드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직접 결제처가 늘고 있다. 시즈오카에 위치한 메추리 농장 하마나코 팜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JPYC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도쿄의 일부 미용실과 물리치료원도 JPYC를 받는다. 기존 금융망 대신 블록체인을 이용해 결제 수수료가 1엔(약 9원)이 채 되지 않고 정산도 그 자리에서 되기 때문이다. 현지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일본에서 10월 말부터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메추리알 판매 농장 같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낮은 수수료에 여러 결제 수단 중 하나로 JPYC를 지원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만난 다나카 유토 씨가 스타벅스에서 결제에 사용한 카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핀테크 기업 ‘트리아’의 카드다. 다양한 가상화폐를 충전해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인 JPYC 충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트리아 카드는 비자나 마스터카드와 같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사용해 비자·마스터카드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JPYC는 올해 10월 같은 이름의 일본 핀테크 업체 JPYC가 세계 최초로 발행한 엔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여전한 현금 왕국인 일본이 자국 통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서 이를 통한 결제가 확산하고 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간접적 방식뿐 아니라 직접 JPYC를 받는 가게가 생겨나고 전국 편의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비현금 결제 비중이 42.8%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의 변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연내 처리하지 못한 한국과의 격차가 꽤 크다.

오카베 노리타카 JPYC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앞서 선불식 지급 수단 형태의 JPYC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왔다”며 “향후 3년간 10조 엔 규모의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10월 말 첫 선을 보인 JPYC는 보유 지갑 수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 약 10만 개까지 늘었다. 누적 발행액은 19일 기준 5억 6018만 916개로 52억 원을 넘어섰다.

이용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트리아 카드 외에도 일본의 핀테크 기업 ‘넛지’는 JPYC로 카드 대금을 상환할 수 있는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일본의 결제 시스템 업체 덴산시스템은 전국 편의점에서 JPY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제 인프라를 개발 중이다. 앞서 덴산시스템과 JPYC는 올 9월 JPYC를 활용한 결제·송금·정산 시스템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별 가게에서 JPYC를 직접 결제 수단으로 받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이 해외 수요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오카베 CEO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99%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국 스테이블코인이 없을 경우 디지털 무역적자가 확대된다”며 “일본인이 한국에 여행 갔을 때, 또는 한국인이 일본에 왔을 때 같은 규격의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환전 수수료도 줄고 꽤 편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국민이 쓰고 싶어 하느냐보다 해외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국이다.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이어 실제 발행과 관련 결제 기반까지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당초 목표였던 연내 입법이 불발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TF)는 22일 국회에서 민간 자문위원회의를 열고 정부안이 제출될 경우 이를 심사할 예정이지만 이대로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발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과 은행의 역할, 핀테크에 발행 주도권 허용 등을 놓고도 이견이 첨예한 상황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발행과 사용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제도 설계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법에서는 일단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행 인가 단계에서 엄격한 검증을 거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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