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가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SK시그넷에 3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SK시그넷의 사업 환경 전반이 크게 악화하자 올 3월 이후 9개월 만에 재차 지원에 나선 것이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사 SK시그넷은 SK를 대상으로 한 300억 원 규모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납입 예정일은 이달 26일이다. 조달 자금은 2026~2027년 2년에 걸쳐 △북미 생산 능력 확충 △전기차 충전기 라입업 확대 △사양 업그레이드를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위한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SK는 2021년 미국 초급속 충전기 분야 점유율 1위 기업인 SK시그넷을 2930억 원(지분 55.5%)에 인수했다. 2022년까지만해도 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SK시그넷은 캐즘 여파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SK시그넷은 2023년 149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 영업손실은 2428억 원으로 더 불어났다. SK가 올 3월 SK시그넷의 1500억 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150억 원 규모의 현금을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 SK의 SK시그넷 매각설도 불거진 바 있으나 이미 4000억 원 이상을 SK시그넷에 투입한 SK가 제 값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 거래일 SK시그넷의 시가총액은 1807억 원에 불과하다. 결국 SK로서는 SK시그넷의 경영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 역시 ‘재무구조 개선’으로 명시됐다.
SK시그넷은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점유율 우위를 보이고 있는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7조 2000억 원 규모의 세계 3대 충전기 시장이며 SK시그넷의 매출 80%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김종우 SK시그넷 대표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이나 아무리 늦어도 2027년에는 분명히 흑자를 내게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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