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긍정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으며 반도체 업황 우려를 불식시켰다. 데이터센터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함을 입증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여전함을 증명하면서다.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확인시켜주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실적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8일 마이크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은 136억 4000만 달러(약 19조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57% 증가한 수치로 월가 예상치인 128억~130억 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4.78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3.93달러를 20%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CEO “데이터센터 수요 견조”
HBM 2년치 물량 이미 매진
HBM 2년치 물량 이미 매진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 내용이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메모리는 이제 AI의 인지 기능에 필수적이며 시스템 구성 요소에서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그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다음 분기(12~2월) 매출 가이던스로 시장 예상치(144억 6000만 달러)를 30%가량 상회하는 187억 달러를 제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였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업계를 선도하는 HBM4를 포함해 2026년 전체 HBM 공급에 대한 가격 및 물량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내년 생산될 물량까지 이미 ‘완판(솔드아웃)’된 셈이다. 시장 규모 전망도 상향했다. 마이크론은 HBM 총 시장 규모(TAM)가 2025년 약 350억 달러에서 2028년 약 1000억 달러로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전망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수치로 2028년 HBM 시장은 2024년 전체 D램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는 AI 필수 전략 자산”
수년 단위 공급 계약이 새 표준
수년 단위 공급 계약이 새 표준
공급 부족 상황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마이크론 측은 “강력한 수요와 공급 제약으로 인해 타이트한 시장 상황이 2026년을 넘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사들과 논의 중인 장기 공급 계약(LTA)은 과거와 달리 수년 단위(Multi-year)로 체결되고 있으며 물량 확약과 가격 조건이 포함된 구속력 있는 형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들이 메모리 확보를 위해 팹 건설 비용 지원 논의까지 나설 정도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설비 투자(CapEx) 규모를 기존 18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HBM 공급 능력 확대와 차세대 공정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서다. 수익성 위주 사업 구조 재편도 병행한다. 데이터센터 낸드 매출이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고 소비자용 브랜드 사업은 축소해 이익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D램 가격 내년 80% 급등 예고
양사 합산 영업익 200조 전망
양사 합산 영업익 200조 전망
마이크론발 훈풍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 실적 눈높이 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실적 상승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당초 약 15조 원 수준에서 19조 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스마트폰과 가전(CE) 부문 원가 부담 우려에도 메모리 반도체가 전사 이익을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버와 PC 등 주요 고객사들 메모리 수급률은 70~80%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부 빅테크는 2026년 필요 물량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을 야기할 전망이다. 업계는 2026년 D램 가격이 지난해보다 80%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상승 전망치 46%를 두 배 가까이 웃돈다.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폭 역시 50%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4분기 삼성·SK 영업익 30조 훌쩍
내년 양사 200조 영업익 전망까지
내년 양사 200조 영업익 전망까지
차세대 수익원인 HBM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구글 TPU향 주문형 반도체(ASIC) 고객 확보와 엔비디아향 HBM4 비중 확대로 2026년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126%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쥔 데다 일반 서버용 D램 가격 상승 수혜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이 16조 원대를 기록하고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은 8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 컨퍼런스콜은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 AI 인프라 투자가 축소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 계기”라며 “내년 HBM4 양산 경쟁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 이익 규모가 과거 호황기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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