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고객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 위해 1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의 오찬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번지며 사실상 ‘맹탕’으로 끝났다.
이날 청문회에는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던 쿠팡 창립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했다. 대신 부임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증인석에 앉았다. 로저스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보상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성실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의 사과 의향과 소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 의장과 이번 청문회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며 “쿠팡 한국법인의 대표인 내가 책임지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서도 “(미국에서는) 중대한 사고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SEC 규정에 따르면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 발생 시 4영업일 안에 공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쿠팡의 미국 모회사 쿠팡Inc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한 지 약 1개월이 지난 16일(현지 시간)에야 SEC에 “상당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공시했다.
쿠팡의 책임 회피성 답변에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대표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의미 없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어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는 청문회에 불출석한 김 의장 등을 고발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후 청문회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9월 김 원내대표와 박 전 쿠팡 대표와의 회동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국감 전 피감기관 대표를 만나 인사 청탁을 했다는데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것인가”라며 “김 원내대표가 증인으로 나오는 게 맞다”고 했다. 이에 김현 민주당 의원은 “정쟁으로 빠지지 말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본질을 밝히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여야가 대립했다.
‘쿠팡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회동의 핵심 증거 중 하나인 식사 영수증 제출 여부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에게 회동 당시 식사한 영수증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민 부사장은 “제가 계산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회피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시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일명 ‘쿠팡방지법(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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