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청년들이 취업 기대감 자체를 잃고, 구직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 준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대학생 비중이 10명 중 6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자 2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대학생 취업 인식 조사’ 결과, 4학년 재학생 또는 졸업 예정자(유예 포함)의 60.5%가 실질적 준비 없이 채용 공고만 둘러보거나 형식적으로 지원하는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
구직자들이 소극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응답은 “역량이 부족해 추가 준비가 필요해서”(37.5%)였다. 이어 △“구직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느껴서”(22.0%) △“전공·관심 분야 일자리 부족”(16.2%) △“임금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 부족”(13.6%) 순이었다. 즉 취업을 ‘못 해서’가 아니라 ‘될 것 같지 않아서’ 준비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적극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현실의 벽을 체감하고 있다. ‘적극 구직 중’이라고 응답한 대학생들은 올해 평균 13.4곳에 입사 지원했지만, 서류 통과는 평균 2.6곳(합격률 19.4%)에 불과했다. 10곳 지원하면 2곳만 문이 열리는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2.8%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응답자의 37.1%가 “올해 취업 시장이 작년보다 더 어렵다”고 답했지만, “작년보다 낫다”는 응답은 5.1%에 그쳤다.
취업 준비 기간 전망도 길어졌다. 응답자의 62.6%가 “준비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했으며, “1년 이상 필요하다”고 본 비중도 32.5%였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도 올해 기준 청년(20~34세) 장기(1년 이상) 미취업자 비율이 55.2%로 나타났다.
취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절반 이상(50.1%)이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서”라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는 △신입 채용 축소(26.9%) △조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23.2%) 순이었다.
청년들이 바라는 정책 과제는 기업 규제 완화 등 고용 여건 개선(29.9%)이 가장 높았다. 이어 △진로지도·현장실습 확대 등 미스매치 해소(18.1%) △AI·빅데이터 등 신산업 직업훈련 기회 확대(14.9%)가 뒤를 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활력을 높일 규제 완화와 세제·투자 지원이 시급하다”며 “정년연장 등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 추진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li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