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두나무가 글로벌 성장 스토리를 쓰려 손을 맞잡았지만 각자의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두 기업이 완전히 통합하지 않고 병존하는 구조를 택했다. 첫 단추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 교환부터 막판까지 공방이 이어지며 만만치 않은 과제인 상황이다. 나스닥 상장에 대해서도 두 기업이 공감대를 이뤘지만 3년 뒤 벌어질 해외 상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위해 네이버는 두나무의 유통망이, 두나무는 네이버의 결제 인프라가 절실한 만큼 잡은 손을 뿌리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크게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교환 비율과 나스닥 상장 확약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에 비해 10배 정도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 1대3으로 교환 비율을 정하는 것은 두나무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상장 역시 추진을 확정하지 않으면 양 사가 비상장 주식을 교환받는 것이어서 지분 가치나 의결권, 나중에 투자 회수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드러난 숫자로만 보면 두나무는 영업이익·자산·순이익 측면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을 압도한다. 2024년 말 기준 영업이익은 두나무가 약 1조 1863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1035억 원이다. 자산 총액은 두나무가 15조 3205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3조 8979억 원이다. 매출의 경우 두나무 1조 7315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이 1조 6437억 원으로 엇비슷하지만 순이익은 두나무가 9837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이 약 1000억 원으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두나무 소액주주들은 “합병 대신 배당을 늘리라”고 주장하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라는 탄탄한 모회사와 그로 인한 다양한 계열 안팎의 시너지, 핀테크 등 금융을 넘어선 다양한 미래 가치가 있는 반면 두나무는 가상자산 사업에 집중하기 때문에 규제 변동 등 위험이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가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도 전 세계 3위 안에 들어가는 가상화폐거래소인 두나무 없이는 안 되고, 두나무 역시 1조 원이 넘는 이익을 투자하기에 네이버파이낸셜이 최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양 사가 주식을 교환한 후 송치형 두나무 회장 측이 네이버파이낸셜의 1대 주주가 되지만 의결권을 2대 주주인 네이버 측에 일부 위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거나 자본 확충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함께 논의하는 방안, 대표이사 지명권을 갖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닥 상장은 두 기업이 한배를 타기 위해 필수 요소라는 것이 두 기업 간 논의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두나무가 의결권을 네이버에 넘긴 채로 사실상 네이버 계열사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반대급부로 받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을 비상장 상태로 둔다면 의결권도 없고 현금화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코스피 상장사이기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이나 그 아래 계열사가 될 두나무를 국내에 상장하게 된다면 중복 상장에 해당돼 부담이 커진다.
또 두나무의 주요 가상자산 유통 계열사인 업비트는 현물 거래 대금이 글로벌 유통사인 코인베이스에 맞먹지만 국내 규제 리스크와 해외 인지도에서 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두나무 안팎의 목소리다. 다만 코인베이스마저 가상자산 업황의 출렁거림으로 인해 흔들리는 상황에서 두나무 혼자 힘으로 해외 상장을 추진하기에는 버겁고 네이버와 그리는 미래 금융 인프라라는 구조 안에서 안정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지분을 교환해 한배를 탔다고 해서 모회사인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의 합병은 당장 추진하지 않겠다는 게 양측의 구상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금융 사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e커머스 등 비금융 사업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서 두나무와 합병하면 금융회사가 되는 것인데 규제 리스크가 큰 그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두나무 역시 네이버와 완전히 통합하게 되면 오히려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기 때문에 굳이 환영하지 않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송 회장이 네이버의 사실상 차기 리더가 되는 그림이 당장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 관계자는 “양 사 간 통합을 위한 교환 비율이나 상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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