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동맹을 위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것보다 교환 비율을 높이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네이버와 두나무 간 통합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 교환 여부와 비율을 논의한 후 의결할 예정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네이버파이낸셜 대 두나무가 약 1대3.3~3.4로 예상보다 높아진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두나무의 현재 실적과 미래 성장성을 토대로 한 비상장 기업가치를 최소한 1대3보다 높이되 1대4보다는 낮춰 양 기업의 모든 대주주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이사회 안건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이 같은 비율에 따른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는 통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주주는 주식 교환 후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주가 되는데 교환 비율에 따라 지분율과 의결권이 달라지게 된다.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1대 주주이고 네이버가 2대 주주가 되지만 송 회장 측이 일부 의결권을 위임할 계획이다.
송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27일 네이버 제2 사옥인 ‘네이버 1784’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합병 후 사업 구상안을 밝힐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지분 교환 후 미국 나스닥 상장도 일정 기간 내 완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모회사인 네이버가 국내 상장사인 만큼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를 씻고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단 상장은 이번 이사회 안건에 담지 않고 구체적인 절차가 확정되면 논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포괄적 주식 교환 후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을 통해 송 회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현시점에서 양 사 모두 주식 교환 후 추가 합병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에 각각 투자한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재무적투자자들은 26일 이사회 후 이르면 주주총회 시점에 이들과 동참하거나 지분을 매각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양 사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된 뒤 열릴 주총에서 안건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결론은 내년 3월 정기주총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나무, 네파보다 영업이익 10배"…1대3 교환비율 두나무 주주 불만
네이버와 두나무가 글로벌 성장 스토리를 쓰려 손을 맞잡았지만 각자의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두 기업이 완전히 통합하지 않고 병존하는 구조를 택했다. 첫 단추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 교환부터 막판까지 공방이 이어지며 만만치 않은 과제인 상황이다. 나스닥 상장에 대해서도 두 기업이 공감대를 이뤘지만 3년 뒤 벌어질 해외 상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위해 네이버는 두나무의 유통망이, 두나무는 네이버의 결제 인프라가 절실한 만큼 잡은 손을 뿌리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에 비해 10배 정도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 1대3으로 교환 비율을 정하는 것은 두나무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상장 역시 추진을 확정하지 않으면 양 사가 비상장 주식을 교환받는 것이어서 지분 가치나 의결권, 나중에 투자 회수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드러난 숫자로만 보면 두나무는 영업이익·자산·순이익 측면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을 압도한다. 2024년 말 기준 영업이익은 두나무가 약 1조 1863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1035억 원이다. 자산 총액은 두나무가 15조 3205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3조 8979억 원이다. 매출의 경우 두나무 1조 7315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이 1조 6437억 원으로 엇비슷하지만 순이익은 두나무가 9837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이 약 1000억 원으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두나무 소액주주들은 “합병 대신 배당을 늘리라”고 주장하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라는 탄탄한 모회사와 그로 인한 다양한 계열 안팎의 시너지, 핀테크 등 금융을 넘어선 다양한 미래 가치가 있는 반면 두나무는 가상자산 사업에 집중하기 때문에 규제 변동 등 위험이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가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도 전 세계 3위 안에 들어가는 가상화폐거래소인 두나무 없이는 안 되고, 두나무 역시 1조 원이 넘는 이익을 투자하기에 네이버파이낸셜이 최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양 사가 주식을 교환한 후 송치형 두나무 회장 측이 네이버파이낸셜의 1대 주주가 되지만 의결권을 2대 주주인 네이버 측에 일부 위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거나 자본 확충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함께 논의하는 방안, 대표이사 지명권을 갖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시너지로 해외 사업영토 확장…투자 회수 가능성도 극대화 기대
나스닥 상장은 두 기업이 한배를 타기 위해 필수 요소라는 것이 두 기업 간 논의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두나무가 의결권을 네이버에 넘긴 채로 사실상 네이버 계열사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반대급부로 받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을 비상장 상태로 둔다면 의결권도 없고 현금화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코스피 상장사이기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이나 그 아래 계열사가 될 두나무를 국내에 상장하게 된다면 중복 상장에 해당돼 부담이 커진다.
또 두나무의 주요 가상자산 유통 계열사인 업비트는 현물 거래 대금이 글로벌 유통사인 코인베이스에 맞먹지만 국내 규제 리스크와 해외 인지도에서 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두나무 안팎의 목소리다. 다만 코인베이스마저 가상자산 업황의 출렁거림으로 인해 흔들리는 상황에서 두나무 혼자 힘으로 해외 상장을 추진하기에는 버겁고 네이버와 그리는 미래 금융 인프라라는 구조 안에서 안정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지분을 교환해 한배를 탔다고 해서 모회사인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의 합병은 당장 추진하지 않겠다는 게 양측의 구상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금융 사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e커머스 등 비금융 사업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서 두나무와 합병하면 금융회사가 되는 것인데 규제 리스크가 큰 그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두나무 역시 네이버와 완전히 통합하게 되면 오히려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기 때문에 굳이 환영하지 않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송 회장이 네이버의 사실상 차기 리더가 되는 그림이 당장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사 통합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양 사 간 통합을 위한 교환 비율이나 상장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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