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이차전지, 가전 등을 제치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등극했지만, 축포를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화장품(C뷰티)가 맹추격에 나서면서 소비재 분야까지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스킨케어에 치우쳐 있어 메이크업 제품에서는 C뷰티에 밀리고 있다며 K뷰티의 주력 수출분야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뷰티 업계에 따르면, 올 1~9월 한국의 입술화장용 제품류 수출액은 4억 6668만 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의 수출액(6억 4593만 달러)을 밑돌았다. 눈화장용 제품류의 수출액 역시 한국은 1억 4836만 달러로, 중국의 4억 3937만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측정하는 구글 검색 트렌드에서도 C뷰티의 인기는 두드러진다. 올 7월만 해도 44에 불과했던 C뷰티 검색량 지표는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9월 사상 최고 수준인 100을 찍었다. 9월에는 90을 기록한 K뷰티 검색량도 앞질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식 메이크업인 ‘도우인 메이크업(douyin makeup)’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우인 메이크업은 매트하고 뽀송한 피부에 화려한 눈매를 강조하는 화장 스타일로 중국 숏폼 플랫폼인 도우인과 틱톡 등에서 화제가 되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 ‘컨투어 크림’ 카테고리에서 중국 화장품 브랜드 ‘오커커’와 ‘쉬글램’이 각각 6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큐텐재팬 ‘립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는 중국 ‘무키스’가 10위를 차지했다. 큐텐재팬 ‘아이라이너’ 카테고리의 경우 톱 10 제품 중 8개가 ‘시시’ ‘얀치나’ ‘뮤지 린’ 등 중국 브랜드 제품이다.
C뷰티 기업의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대표 화장품 기업 ‘프로야’의 지난해 매출액은 107억 7800만 위안(약 2조 23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다.
C뷰티가 K뷰티의 주력 수출국인 동남아시아, 일본에서 보폭을 넓히는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에서 C뷰티 색조·기초·페이셜케어 브랜드의 2019~2024년 연평균 성장률은 70~111%를 기록했다. 한국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화장품 수출액 상위 20위 국가에 이들 6개 국가가 모두 포함된 만큼,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도 C뷰티를 주목하고 있다. 로레알의 경우 지난달 중국 화장품 기업 ‘찬도’의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 파트너로 참여하며 찬도의 지분 6.67%를 6200만 달러(약 915억 원)에 인수했다. 로레알은 이달 들어 중국 스킨케어 브랜드 ‘란’의 소수 지분도 사들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C뷰티의 인기는 일시적 유행일 뿐 K뷰티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K뷰티가 차별화된 성분과 뛰어난 제품력을 앞세워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에서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C뷰티 소비자들은 메이크업 제품을 중심으로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슈아 라우 예스아시아홀딩스 대표는 “C뷰티가 K뷰티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것은 맞지만, 퀄리티 면에서 K뷰티가 최소 5년은 앞서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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