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AUM)이 빠르게 증가하며 270조 원 시장을 열었지만 상장폐지도 함께 늘어나면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체 상장 ETF가 1043개에 달하는 가운데 자금이 대형 상품으로 쏠리며 테마형·중소형사 상품은 시장에서 잇따라 퇴출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폐지된 ETF는 총 38개로, 이 가운데 만기 채권형 등 ‘존속기한 만료’ 사유를 제외한 임의해지 건수는 29건으로 집계됐다. 다음 달 상장폐지 예정 건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TF는 상장 후 1년이 지나도 AUM이 50억 원에 미달되거나 거래량·추적오차·괴리율 등 기본 생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또는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ETF 운용 전략을 변경할 때도 상장폐지를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 폐지된 ETF 역시 대부분 AUM 50억 원 미만의 ‘소형 ETF’가 차지했다. ETF 구조조정은 다음 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TIGER 방송통신, PLUS 신흥국MSCI인버스(합성 H),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인버스ICE(H) 등 3개 ETF가 상장폐지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특히 시장 과열기에 쏟아졌던 테마 상품들이 대거 정리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메타버스·인공지능(AI)·테크 미디어 등 유행성 테마 ETF는 성과 부진과 자금 이탈로 폐지 대상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 △PLUS 글로벌AI 등이 시장을 떠났다. 운용사 별로는 NH아문디운용(9개), 한화운용(5개), 키움운용(5개) 등으로 주로 중소운영사에 집중돼있는 양상이다. NH아문디운용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소규모 ETF의 상장폐지를 진행했다”며 “라인업을 정비하면서 투자자의 장기적 자산 형성을 도울 수 있는 구조적인 성장 테마 중심의 상품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TF 상장폐지는 유동성이 낮고 추적오차가 큰 비효율적 상품을 시장에서 조기에 정리해 전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소규모 ETF는 수요가 적어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형 운용사·대형 ETF 중심으로 자금 쏠림이 더욱 심해지면서 시장 구조 양극화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선 상장폐지 예정 공시 이후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어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는 기업 부실 등으로 정리매매가 진행되는 주식 상장폐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ETF는 운용 효율성이나 유동성 등 본연의 기능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정리되는 것으로, 기초지수나 편입자산의 가치는 그대로 유지된다. 투자자가 상장폐지일까지 매도하지 않더라도 순자산가치(NAV)에서 보수 등을 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동일 지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려는 투자자는 유사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로 갈아타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중인 상품의 운용 규모나 거래량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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