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생산라인이 멈춘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불안해합니다. 당장 이번 겨울이 고비라는 말이 공장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나옵니다.” (포스코 협력 업체 직원)
중국발 공급과잉, 미국발 50% 품목관세, 국내 건설 경기 침체 등 국내 철강 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가 전라남도 광양시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철강 산업을 주축으로 성장해오던 지역 경제도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철강 산업 재편 및 관련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20일 산업위기대응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전남 광양시를 이날부터 2027년 11월 19일까지 2년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광양시가 지난달 1일 신청을 한 지 약 한 달 반 만이다. 정부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을 지정한 것은 전남 여수, 충남 서산, 경북 포항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정부가 국내 3대 철강 도시(포항·광양·당진) 중 2곳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철강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찾은 광양산업단지 거리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흔하다는 코일 실은 트레일러조차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철강 생산의 3분의 1을 책임지며 한국의 제조업을 상징해온 도시에 산업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포스코 협력사의 한 대표는 “대기업의 생산 축소와 포스코 발주 물량 감소로 중소기업 수주가 크게 줄고 있다”며 “후판 가격 인상까지 겹쳐 제조원가가 상승하면서 경영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양시 전체 생산의 88.5%, 수출의 97.5%, 고용의 9.7%를 담당하던 철강 산업이 침체되자 인근 상권도 쇠락했다. 이날 광양산단 주변 식당가는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했다. 손님 몇 명이 흩어져 있는 식당 안에서 주인은 젓가락을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주변의 점포 곳곳에서는 폐업 안내도 눈에 띄었다. 한 식당 주인은 “협력 업체 인력이 많이 빠지면서 하루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철강 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포스코에 의존하던 광양시 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22년 876억 원이었던 광양시의 법인지방소득세는 지난해 78억 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수요 침체 등으로 인해 광양시 지역 경제 산업 전반이 크게 위축됐고 지역 내 철강 산업의 현저한 악화가 우려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양시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정부는 광양시 기업들에 최대 10억 원 한도의 긴급 경영 자금 대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지역산업위기대응 사업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 대출 이차보전을 실시하고 기업 지원, 인력 양성 등 기업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차보전 한도는 기업당 10억 원이며 이차보전율은 3%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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