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북 구미역 앞 광장. 갓 튀긴 라면이 가득 든 비닐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40대 여성은 “작년에 축제에 다녀온 친구가 준 갓 튀긴 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올해는 직접 와서 샀다”며 “얼큰비비큐육라면, 지중해토마토라면 같은 특별한 라면들이 많아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도심 한복판을 통째로 비워 길이 475m·폭 6m의 거대한 식탁으로 꾸며졌다. 축제 첫째날인 이날은 평일임에도 라면 부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거나 지역 식당의 이름을 걸고 선보이는 이색 라면을 맛보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성진 구미라면축제 기획단장은 “오전 11시 축제의 시작과 함께 2000건이 넘는 이색 라면 주문이 들어왔다”며 “정오 기준 1만 명 이상이 유입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축제에선 25가지 이색 라면 요리를 선보였다. 가장 비싼 메뉴를 9000원으로 책정해 ‘바가지’ 논란이 없도록 했고 양과 가격을 줄인 ‘반띵 라면’ 선택지를 추가했다. 8만인 분 조리와 40만 개의 라면 판매가 목표다. 구미에 직장을 둔 신혜진(27) 씨와 박지현(31) 씨는 “색다른 라면을 먹어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올해 처음 축제에 와봤다”며 “반띵 라면을 고를 수 있어 가격 부담 없이 여러 종류의 라면을 시도해봤다. 내년에도 또 찾을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공식 출시 전 시식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2년간 개발한 이 제품은 매운맛과 단맛의 조합인 ‘스와이시(Sweet+Spicy)’를 구현한 게 특징이다. 참기름으로 볶은 고소한 풍미의 김치 페이스트 소스에 청경채와 김치 플레이크를 더해 진한 맛과 식감을 살렸다. 농심(004370) 측은 “국내외 약 6000만 봉 판매된 ‘신라면툼바’만큼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라며 “60~70개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라면 요리왕 대회도 열렸다. 세계 각국의 레시피와 한국의 라면을 결합한 요리 대결에는 총 9개 팀이 출전해 각자의 개성을 뽐냈다. ‘해장라면’으로 2등을 차지한 미얀마 출신 수미(21) 씨는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민규가 자주 해먹는다는 레시피를 활용해 대회에 참가했다”며 “라면을 거의 매일 먹는다. 한국 라면이 세계적으로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미라면축제는 국내 최대 라면 생산기지인 농심 공장이 구미에 자리하고 있다는 지역적 상징성에서 시작됐다. 1990년 설립된 구미공장은 하루 600만 식의 라면을 생산하는 ‘농심의 심장’이다.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75% 이상을 책임지며 과자를 포함해 총 43종을 생산한다. 김상훈 공장장은 “신라면의 하루 생산량만으로 대구·경북 인구 전체가 한 그릇씩 먹을 수 있는 정도”라며 “2028년에는 1조 원 규모의 생산 공장이 될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구미시는 이같은 지역 자산을 낙후된 구도심 활성화의 돌파구로 삼았다. 지난해 열린 축제에는 사흘간 총 17만 명이 방문해 15억 원 규모의 소비 창출 효과를 거뒀다. 방문객 중 48%는 외지인이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라면, 그리고 대한민국 산업도시인 구미의 역사는 자연스러운 접점이 있다”며 “농심 공장에서 나오는 갓 튀긴 라면은 다른 곳에서 따라할 수 없는 우리만의 성공 요인”이라고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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