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 이후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장기 보유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5일 이상 공모주를 보유하는 기관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상장 당일 물량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단타 매매' 현상이 상당 부분 자취를 감췄다. 정책 당국이 의도한 대로 기관의 장기 보유 관행이 정착되면서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는 증시 입성 초기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기관이 약속한 보유 기간이 지나고나면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새 제도가 단순히 가격 변동 시기를 늦춘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전자공시시스템을 활용해 올해 IPO에 나선 기업 58곳의 수요예측 결과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관투자가가 일정 기간 공모주 보유를 약속하는 확약 비율은 최근 대폭 상승했다. 확약 비율이 30%를 웃돈 경우는 새 IPO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3.9%에 불과했지만 제도 개편 이후 급격히 늘어나 75.0%에 달했다. 올 7월부터 시행된 제도에 따라 상장 후 최소 15일 이상 공모주 보유를 약속하는 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확약 비율 30%(내년부터 40%)를 채우지 못하면 상장 주관사에게 페널티를 준다.
과거 10% 수준에 그쳤던 기관의 확약 비율은 최근 50~60% 수준으로 높아졌다. 방산 부품·솔루션 기업 그린광학이 10월 28일~11월 3일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2196곳의 기관이 참여해 약 14억 4351만 주의 공모주를 신청했는데 이 중 9억 4454만 주는 15일 이상 의무 보유를 약속한 물량이었다. 확약 비율이 65.4%에 달하는 것이다. 큐리오시스(67.6%)·명인제약(62.1%)·노타(59.7%)·이노테크(56.0%)·더핑크퐁컴퍼니(30.4%)도 일정 기간 보유를 약속한 기관이 많았다. 신제도 적용 ‘첫 타자’였던 S2W(22.9%)와 세나테크놀로지(17.0%)만이 30%를 밑도는 확약 비율을 기록했다.
최근 신규 상장 기업 주가는 증시 입성 초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팩(SPAC)을 제외하고 집계했을 때 올해 상장한 기업 67개 중 42개(62.7%)는 공모가보다 상장한 지 1개월이 지난 시점 주가가 높았다. 이 비율은 지난해 48.3%에 그쳤다. 공모주 투자를 집행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15일이나 한 달 정도 보유를 확약하는 것은 크게 위험해보이지 않는다”며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높게 써내는 대신 보유를 확약하는 것이 공모주 배정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의 의무 보유 확대와 최대주주 등의 보호예수에 따라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 변동 시기가 늦춰진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모가보다 주가가 떨어진 기업 비중은 상장 당일 33.3%, 1개월 후 37.3%, 6개월 후 42.9% 등으로 기간이 길어질수록 늘어났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확약 비율 증가에 따라 유통 물량이 줄어 신규 상장 기업 주가가 초기에 강세를 보일 수는 있다”며 “하지만 보유 물량이 풀리면 결국 떨어지게 돼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늦춰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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