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실업률이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2% 중후반대에 머무는 현상은 고용 호조 때문이 아니라 청년층의 구직 포기 등 노동시장 구조변화 때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20대 청년들이 구직 대신 취업을 아예 포기하면서 실업률이 떨어지는 착시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청년층의 구직 포기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청년층의 구직 의욕 저하가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착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이전 3% 중·후반대를 보였던 실업률이 2021년 이후 하락해 2%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2015~2019년 실업률은 3.6~3.8%였고 코로나 당시인 2020년과 2021년에 4.0%, 3.7% 수준이었다. 이후 2022년에 2.9%로 내려왔고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2.7%, 2.8%까지 떨어졌다. 2021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낮은 수준을 보인 셈이다. KDI는 이같은 이유로 청년 구직 포기 확대를 들었다. 구직활동을 해야 실업자로 분류되는데, 구직을 아예 포기하면 통계상 실업자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늘며 실업률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3.2%(123만 명)에 불과했던 쉬었음 인구는 올해 5.6%(254만 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2005년에 25만 명에서 올해 41만명으로 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 생산가능인구가 17% 줄었음에도 비경제활동 상태에 머문 비율은 3.6%에서 7.2%로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쉬었음’으로 답한 20대 중 30.9%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다고 응답했다. KDI는 이를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부족과 청년층의 취업경쟁 심화로 인해 노동시장 참여 의지가 약화된 결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시장이 일부 회복됐지만, 구조적으로 청년층이 구직을 포기하는 비중이 늘면서 통계상 실업률이 인위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KDI 보고서는 20대의 구직 포기 증가가 2015~2025년 실업률 하락폭의 최대 71%를 설명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실업률이 실제보다 0.4~0.7%포인트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업률을 낮춘 또 다른 요인은 구인과 구직 연결의 효율성인 매칭효율성의 개선이다. KDI는 2015~2025년 매칭효율성이 약 11% 향상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개선은 디지털 구인구직 플랫폼 확산과 AI 기반 매칭 기술의 발전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민간 직업알선기관을 통한 구직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25년 71%로 늘어났다. 모바일 앱 기반 채용시장 확대, AI 추천 알고리즘 도입 등으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좋은 일자리와 적합한 인력이 이전보다 빠르게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KDI는 매칭효율성 향상이 실업률 하락폭의 23~45%를 설명한다고 평가했다. 매칭효율성 증가세가 절반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 실업률은 0.2~0.4%포인트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KDI는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비정규직 중심의 일자리만 늘어나는 현실이 노동시장 이탈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가 고착되면 경제활동참가율이 구조적으로 낮아져 성장 잠재력도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김 총괄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노동시장 참여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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