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하는 가운데 상장사들의 참여율이 낮고 임원 보수 등 내용 측면에서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여전히 주요국보다 낮은 만큼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6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자회사 ISS코퍼레이트는 ‘밸류업 추진 현주소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밸류업은 최근 20년 동안 시행된 정책 가운데 손꼽히는 과감한 정책으로 주주 환원이 개선되고 있지만 국제 경쟁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시행된 밸류업은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ISS코퍼레이트는 밸류업 시행 이후 자사주 매입 확대, 배당금 증액 등이 이뤄지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나 여전히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대표 100개 기업을 포함하는 KRX100의 배당성향은 21.3%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32.0%), 일본 닛케이225(33.1%)보다 낮다. ROE도 7.9%로 미국 S&P500(15.5%), 닛케이225(8.4%) 등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만큼 자본 환원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견해다. 한국의 PBR이 여전히 낮은 것은 한국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을 믿지 못한 결과라고도 평가했다.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지난해 5월 밸류업 시행 후 1년 동안 코스피 상장사의 참여율은 13%에 그친 반면 일본은 프라임 시장 상장사의 54%가 참여했다. 지난달 말 기준 밸류업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는 128개사로 여전히 13.4% 수준에 머물러 있다. ISS코퍼레이트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복잡한 재벌 중심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어 정보 공개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내용 측면에서는 임원 보수 구조와 총주주수익률(TSR) 간 상관관계가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임원 보수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뒷받침하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KRX100을 구성하는 100개 기업 가운데 12개사는 손실을 내고도 이사 1인당 보수액을 늘렸고 24개사는 이익을 내고도 보수액을 줄이는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 현행 보상 구조에 대한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임원 보수에 대한 감독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ISS코퍼레이트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 2년 차인 만큼 기업들이 계획보다는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장기 목표를 바탕으로 하는 이사회 구성, 임원 보수 체계에 대한 투명성 강화, 기업 정보 접근성 확대, 지배구조 체계에 대한 주기적 검토 등도 함께 요구했다. ISS코퍼레이트는 “일회성 공시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제도화하고 내재화하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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